한국일보

검찰·국정원 파워 줄어들고, 경찰 기능 ‘3배’로 커진다

2018-01-16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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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 발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암초’ 예상

앞으로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힘은 줄어들고 경찰 기능은 사실상 세 배로 커진다. 청와대는 14일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권 등 핵심 권한을 떼내 경찰에 넘기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혁 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설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고, 검찰로부터 1차 수사권을 이관 받는다. 이와 함께 자치경찰제를 도입함으로써 경찰의 기능은 치안 등 일반 업무를 맡는 ‘일반 경찰’과 일반 사건 1차 수사를 맡는 ‘수사 경찰’, 대공 수사를 맡는 ‘안보 경찰’ 등 세 가지로 분화된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고위공직자 수사를 이관하는 한편 경제·금융 등 특수 수사를 제외한 일반 사건의 1차 수사를 경찰에 넘기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국정원은 대공 수사권을 경찰 안보수사처로 이관함으로써 국내 정치 및 대공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대북·해외 기능만 전담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권력기관 개혁의 밑그림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권력기관의 ‘제 자리 잡기’ 과제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정부는 권력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면서 특성에 맞게 전문화하는 방법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기관의 범죄에 대해서는 ‘셀프 수사’를 못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과도하게 비대해진 검찰과 국정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공룡 경찰’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갑자기 비대해지는 경찰이 과연 1차 수사와 대공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경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수사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주문들이 적지 않다.

또 권력기관 개혁은 국회의 입법 사항인데, 청와대가 여야와 충분한 상의 없이 발표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는 “경찰공화국을 만들어 수족처럼 부리려는 것”이란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당은 “권력의 상호 견제 방향은 옳다”면서도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과 청와대 주도 개혁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과 개헌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면서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당 일부에서도 “청와대가 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했다”는 불만도 표출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청와대가 제시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암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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