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찰, ‘사면초가’ 이명박 포토라인에 세우나

2018-01-16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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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 실소유주, 국정원·사이버사 정치개입 이어 특수활동비 수사

▶ 특활비 의혹 ‘MB 집사’ 김백준 등 영장… 원세훈·측근 진술 주목

검찰, ‘사면초가’ 이명박 포토라인에 세우나

다스의‘120억원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후속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된 정호영 전‘BBK 의혹사건’ 특별검사가 14일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검찰, ‘사면초가’ 이명박 포토라인에 세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사면초가’ 상황을 맞았다. 검찰이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 개입, 자동차 부품 회사인 다스 관련 의혹에 이어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으로 범위를 넓히며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해온 검찰이 결국 MB를 포토라인에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요즘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크게 네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이명박정부 청와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14일 ‘MB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검사장 출신인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기획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2억원씩 약 4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3일 김 전 기획관을 소환해 강도 높게 조사한 뒤 그가 혐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는 점을 들어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2011년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은 국정원이 지원한 특활비 5,000만원을 받아 당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소송비를 대거나 ‘입막음용’으로 쓰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영장실질심사는 16일 진행된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이명박정부의 특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의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로 상납됐다는 점은 닮은꼴이다. 하지만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우선 박근혜정부에서는 국정원 특활비가 정기적으로 청와대로 상납됐지만 이명박정부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전달됐다.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로 전달된 특활비 36억 5,000만원은 옷값, 비선 진료비 등 박 전 대통령의 사적 용도로 대부분 쓰였지만 이명박정부의 특활비가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돼 사적 용도로 쓰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시스템을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특활비를 전달하도록 지시한 원세훈·김성호 전 국정원장도 이 전 대통령의 관여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로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움직임은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다스 의혹 관련 수사이다. 다스가 이명박정부 때 BBK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씨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되돌려받는 과정에 청와대와 재외공관 등 국가기관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가 수사하고 있다. 또 다스가 12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 사건 수사팀’이 맡아 수사 중이다. 두 수사는 대상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MB를 겨냥한 세 번째, 네 번째 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을 통한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과 군 사이버사령부를 주축으로 한 불법 여론조작 의혹 수사이다. 이밖에 원 전 원장 시절의 각종 정치 개입과 불법 사찰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주목된다. 검찰은 군 사이버사 의혹과 관련해 여론조작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람을 뽑으라’는 취지의 이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를 벌였다. 다만 이 지시를 군에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군 사이버사 의혹으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되면서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동력은 약화된 분위기이다.

네 갈래 수사가 이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될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재수 전 LA총영사,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사건과 관련된 핵심 측근들의 진술 내용에 달려 있다. 다만 원 전 원장은 줄곧 자신의 불법 정치 관여 혐의 전반을 부인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도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는 사건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의 ‘120억원 횡령’ 은폐 의혹과 관련해 고발된 정호영 특검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내달 21일은 MB를 겨냥한 본격 수사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여러 타깃을 겨냥하고 있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MB의 불법 개입을 인정하는 진술을 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저 사람들(현정권)은 해가 가도 안 바뀐다”면서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은 15일 핵심 측근인 김백준 전 기획관 등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특활비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은 의혹이 명백히 드러나도록 좌고우면하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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