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블록체인 활용범위 무한대… 미래금융 좌우할 것”

2018-01-16 (화) 보스턴- 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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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러스 타라포레발라, 스테이트스트리트 자산운용 CEO

▶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다양한 가능성 연구진행 중

“금융의 미래는 ‘블록체인’이 몰고 올 변화에 좌우될 겁니다.”

미국의 3대 자산운용사로 2조7,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자산운용(SSGA)의 사이러스 타라포레발라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보스턴에 있는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강조하며 “비트코인은 투자 대상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래의 변화는 2018년을 맞은 글로벌 금융사들에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다. 타라포레발라 CEO는 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 등에 대해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AI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과 국가가 맞게 된 가장 큰 도전은 사람에 대한 ‘재교육(retraining)’”이라고 단언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 열풍이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가.


▲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지만 비트코인의 가치가 무엇인지, 비트코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일상적으로 비트코인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투자 자산으로 고려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지금 비트코인을 분명히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강력하다고 본다. 미래 금융에서 블록체인은 압도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용될 것이다. 사내 기술그룹과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다방면으로 연구하면서 이와 관련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연구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산업 전반에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오면서 자산운용사 등 금융 업계도 이들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 스테이트 스트리트 그룹 전사 차원에서 AI나 머신러닝 기술은 국경을 넘어 고객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다만 AI 기술을 실제 투자 결정에 활용할 때는 ‘빅데이터가 큰 잡음(big noise)이 될 수 있다’는 명제를 항상 새긴다. 투자그룹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지만 데이터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가급적 미세한 사안들에는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AI 활용에 따른 부작용을 상당히 경계하는 것으로 들리는데.

▲ 근본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면서 일해야 한다고 보지만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데 있어 빅데이터의 유용성은 일시적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AI나 빅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또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명약관화하다. 기술혁신은 편리하고 여러 가지 역할을 대체할 수 있지만 혼란도 야기한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AI 기술을 균형 잡힌 방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에 ‘로보어드바이저(로봇+펀드매니저)’가 확산되는 것처럼 AI가 발달할수록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서 고용을 줄이지 않았다. 컴퓨터와 로봇에 투자 판단을 온전히 맡길 수는 없고 참고로 활용하는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이 대체하는 부분이 있지만 또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창출해내고 있다. 신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는 요즘 시대에 기업과 국가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은 ‘재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화제를 바꿔 2018년 경제 전망을 보면 월가에서는 장밋빛 예측이 대부분이다. 올해 경제에 문제는 없겠는가.

▲ 새해에도 주식 등 위험자산이 긍정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아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전 세계적인 동시 성장세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에게 위험이나 장애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증시는 ‘걱정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르는 법이다. 투자를 하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상승장을 맞는 법은 없다.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경제적 이슈는 무엇인가.

▲ 자산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다. 연준의 금리 결정에 따라 빠른 물가 상승 등 경기 과열이 일어날 수도 있고 경기가 재차 둔화할 수도 있다. 연준의 정책 방향을 잘 파악하려면 낮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견조한 고용 시장과 임금 상승세 속에 얼마나 회복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중요하게 대두됐다. 북핵 리스크의 영향과 그것이 한국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투자자 입장의 평가로 들어주기 바란다. 지정학적 위험 속에 투자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그것이 북핵이 아닌 이란 문제라도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확률임을 알고 있다.

타라포레발라는 1,000억달러 자산 늘린 전세계 큰손들의 책사

사이러스 타라포레발라 스테이트 스트리트 자산운용(SSGA)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30년간 금융전략에서 연금·보험·자산운용 등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다.

SSGA에서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에게 최적의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며 ‘큰손들의 책사(brain)’로 불렸다. 2조7,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며 블랙록·뱅가드와 함께 미국 내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SSGA가 지난 2016년 한 해에만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자산을 늘리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뭄바이대를 졸업한 후 미 코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타라포레발라 CEO는 전략컨설팅 분야의 최고 회사인 맥킨지에서 14년 동안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금융전략을 담당했다.

<보스턴- 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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