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트럼프가 유대계와 아랍계뿐 아니라 무슬림계의 공동성역으로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인정해온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1948년 이스라엘이 유엔에서 독립국가로 인정된 이래 70여년에 걸친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뒤집으며 중동 분쟁의 화약고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국제사회와 중동지역 대부분 국가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인정함은 물론 미국 대사관마자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협상파기 및 북미 자유무역협정 탈퇴 위협은 물론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 파기위협 등으로 미국의 국제정치, 경제, 외교정책 전반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정치적 문외한으로써 타협이 없는 외골수적 정책노선을 드러낸 바 있다. 이스라엘 편들기에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익 우선주의가 합세해 러시아 스캔들 후폭풍으로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다시 실험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분쟁지역을 조정하고 전쟁과 갈등을 종식시키는 미국의 보편적 외교규범 자체를 뿌리째 흔들며 신고립주의 외교노선으로 트럼프는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더욱이 650만명인 이스라엘의 유대인들 편에 서서 4억의 아랍인을 포함 15억 무슬림을 순식간에 적으로 돌림은 물론 중동지역 전체로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에 반기를 드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중동의 테러세력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계기로 국제사회의 안전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해외원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400억 달러와 대량무기를 지원함은 물론 비밀 핵무기 개발도 묵인하여 결국 이스라엘은 핵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중동정책의 근본은 중동지역의 반미의식을 제어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것이다. 미국의 편에 선 이스라엘을 각종 무기와 특혜를 통해 동맹국의 선상에서 지지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국익에 절대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카고 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와 하버드대의 스티븐 월트 교수는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외교 정책’이라는 저서에서 미국 내 유대계 정치로비의 결과로 미국이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왔다고 비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중동평화와 이스라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유대인 인구는 3%정도이지만 금융, 석유, 식량, 정계, 연예계, 학계와 주요산업에서의 장악력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의 양 정당에 기부액도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는데 1990년대 이래 이스라엘 로비단체들이 의회 후보들에게 전달한 공식자금만 9,7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들은 의회와 정치권에서 이스라엘 관련 정책사안들에 유리한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국 중동분쟁의 해결책은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동맹관계를 재정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평화협정을 맺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동지역 전체가 미국의 편협한 친이스라엘 정책에 더 이상 불만을 갖지 않도록 아랍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이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인해 얻는 것보다 더욱 포괄적인 국익을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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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