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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⅓이 전공과 무관한 직종에서 일한다

2017-11-13 (월)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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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전공선택에 대한 신화’ 6

대졸자 ⅓이 전공과 무관한 직종에서 일한다

“전공이 먼저냐? 학벌이 먼저냐?” 이 숙제를 풀기 위해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급변하는 현 산업구조와 학생의 상황을 잘 맞춰 유연한 사고를 꾀할 필요가 있다. 하버드 교정을 학생들과 학부형이 함께 투어하고 있다. [AP]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전공선택이다.

전공은 학생이 대학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요한 근간으로 강조되지만 전공선택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분야를 대학에 들어가 전공으로 선택해 보니 완전 딴 판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중간에 전공을 바꾸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뒤늦게 전공을 바꾸게 되면 그만큼 공부해야 하는 양도 크게 늘어나고, 계획했던 졸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는 곧 학비부담도 추가된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대학에서의 전공선택은 졸업 후 자신의 진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지만 서둘러 이를 정하려다 오히려 시간과 돈만 낭비할 수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대학들이 수험생들이 대입지원서를 작성할 때 전공을 먼저 선택하라는 요구를 한다. 그러나 연방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30% 정도의 대학생들이 최소한 입학 후 한 번 이상 전공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전공선택에 관한 조언을 주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구하는 것으로 갤럽조사 결과 나타난 가운데 11%가 고교 카운슬러, 28%가 대학의 어드바이저에게 조언을 듣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렇게 가족이나 친구, 교육전문가들에게 받은 조언이 별로 전공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공선택에 대해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과 오해에 근거해 전공을 결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대학 전공선택에 대한 여섯가지 신화’(Six Myths About Choosing a College Major)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학 전공선택과 관련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통상적으로 범하기 쉬운 오해와 편견에 대해 지적했다.

1. 스템 전공은 항상 돈을 많이 번다

스템은 과학(S), 기술(T), 공학(E), 수학(M)의 줄임말이다. 요즘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전공이 바로 ‘STEM’이다.

컴퓨터 사이언스와 엔지니어링 전공은 봉급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전공 가운데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템플 대학의 더글라스 웨버교수는 “평생의 봉급을 기준으로 한다면 영어 전공자의 상위 25%가 화공학 전공자의 하위 25%에 비해 봉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영어나 역사를 전공한 인문학도가 중간 평생봉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실제로 비즈니스나 스템 전공자에 비해 봉급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령 예를 들어 가장 인기가 높은 비즈니스 전공의 경우 중간 평생 봉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 평생동안 286만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전공자 가운데 상위 60%는 276만달러를 벌고 심리학전공자는 257만달러, 역사학 전공자는 264만달러를 버는 것으로 집계됐다.

2. 여성이 대학이나 취업전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가을학기에 대학신입생 가운데 56%가 여학생일 정도로 여성의 입지가 날로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남학생보다 졸업률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조지타운 대학의 교육및 노동력 센터 조사에 따르면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여학생들은 주로 교육이나 소셜 서비스 계통을 많이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은 비즈니스 31%, 화공학 28%, 전산학 20%, 전기공학 10%, 기계공학 8% 순으로 나타났다. 조지타운 대학의 교육 및 노동력 센터 앤소니 카네발 디렉터는 “여성들이 고등교육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분야에서 승자가 될 수는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즉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등교육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여성들이 남성들이 우위를 점하는 전문분야에서 10% 증가한다면 남녀간의 성에 따른 임금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3. 전공선택이 대학선택보다 더 중요하다

전공선택이 대학선택보다 반드시 더 중요하다고 보긴 힘들다. 콜로라도, 미네소타, 테네시, 텍사스, 버지니아, 워싱턴, 아칸소 대학 등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명문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문대일수록 교수진도 좋고 취업 기회도 많으며 동문들도 구성원이 더욱 막강하고 학생의 부모들도 어느 정도 성공한데다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명문대의 경우 또한 동문회 등 네트웍이 좋아 조금 봉급이 낮은 전공분야의 일자리도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따라서 일류대학의 인문학, 예술, 사회과학 전공이 이류대학의 비즈니스, 교육, 건강관련 전공보다 더 우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한 교육연구기관의 조사 결과 이류대학 학생의 절반 이상이 취업에 초점을 맞춘 전공을 택하는 한편 명문대학의 경우 4분의 1이하가 취업에 초점을 맞춘 전공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타운 대학 교육 및 노동력 센터의 앤소니 카네발 디렉터는 “명문대 재학생들은 지적인 호기심으로 학문에 접근할 수 있으며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고 전공에 상관없이 취업할 수 있는 네트웍이 있다는 면에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명문대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일을 하는 재학생의 비율이 높은 이류대학에 비해 자연히 취업에 더 유리하게 마련이다.

4. 리버럴 아츠 전공은 취업이 힘들다

가령 예를 들어 ‘해석 무용’(Interpretive dance)이라는 전공이 과연 수요가 있을지 의문시된다. 그러나 리버럴 아츠 대학에서 강조하고 있는 ‘쓰기, 종합, 문제해결능력’은 모든 고용주들이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이다. 하버드 대학 ‘교육 및 경제’학과의 데이빗 데밍 교수는 “소위 이야기하는 소프트 스킬과 사유하는 스킬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지난 30년 동안 가장 많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리버럴 아츠 전공자는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보일 수도 있다. 보스톤에 본부가 있는 버닝 글래스 테크놀러지 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리버럴 아츠 전공자들은 소셜 미디어나 데이터 분석 등 테크니컬 스킬과 관련된 분야 8개 가운데 하나에서만 숙련된 솜씨를 보여도 첫 번째 일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리버럴 아츠 전공은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통념은 전공과 관련없이 상당히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현 산업구조의 현실을 무시해서 발생하는 오해”라고 리버럴 아츠의 유용성에 대한 저서 “You Can Do Anything: The Surprising Power of a ‘Useless’ Liberal Arts Education.”을 저술한 조지 앤더스는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 저서에서 철학, 사회학, 언어학 전공자들이 재정, 마켓 리서치, 세일즈 전공자들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가 있다고 말한다.

5. 전공을 일찍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다양한 종류의 공부를 할 수 있는 데 전공을 먼저 정하는 가? 가령 예를 들면 해외연수를 한다든가, 클럽활동을 한다든가, 흥미로운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는 데 전공을 미리 정해서 자신의 시야를 좁히냐는 것이다.

UCLA가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입학당시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 가운데 20%가 1학년이 지난 후 전공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을 바꾸게 되면 한 학기나 1년 정도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서로 관련이 없는 전공을 택할 경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애리조나 주립대학, 조지아 주립대학, Lehman College in the Bronx 등이 학문적으로 유사한 성격의 전공을 한 군데 모아놓은 ‘메타 메이저스’(meta-majors)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조지아 주립 대학의 티모시 레닛 부학장은 “우리는 학생들이 바로 입학하자마자 전공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유사한 성격의 전공을 모아 공부하는 ‘메타 메이저스’로 시스템의 변화를 기했다”고 밝혔다. 레닛 부학장은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비즈니스 메타-메이저 과정을 수강하면서 재정학, 회계학, 매니지먼트, 마케팅 분야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후 1학년이 끝날 무렵이면 자신에게 맞는 비즈니스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6. 전공이 필요하다

몇몇 대학은 아예 전공을 무시하는 대학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인디애나 대학과 에버그린 스테이트 칼리지는 아예 공식적인 전공 리스트를 없애고 스스로 창의적인 코스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MIT 대학의 크리스틴 오티즈 학장은 “전공들은 인위적이며 제한적이기까지 하다”고 지적하며 현재 전공도 없고 강의도 없으며 클래스 룸도 없는 대학을 추진중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전공은 산업 현장에서 뒤떨어진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현재의 교육 현실이다. 3분의 1정도의 대학 졸업생들이 전공과 관련없는 직종에서 일하는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 템플 대학의 웨버 박사는 “지금처럼 전 산업의 자동화로 취업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하나의 전공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참고서적

“There Is Life After College: What Parents and Students Should Know About Navigating School to Prepare for the Jobs of Tomorrow.”

(Jeffrey J. Selingo)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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