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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시-작은 도시 간 경제격차 날로 커져

2017-10-23 (월)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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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동력·인재확보·투자 등 대도시들 유리

▶ 지난 대선서 군소도시 대부분 트럼프 지지

큰 도시-작은 도시 간 경제격차 날로 커져

폐허화된 웨스트버지니아 위어튼의 제철공장. 이 공장은 한때 주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했던 곳이다. <뉴욕타임스>

인구 적을수록 회복세 더뎌

당신은 오하이어 주 스투번빌 같은 도시처럼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회복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스투번빌과 인근 웨스트버지니아 위어튼 지역의 일자리는 경기침체 이전보다 수천개가 줄어든 상태이다. 시간 당 임금은 10년 전보다 낮고 노동인구는 14%가 감소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석탄과 철강에 기반을 둔 스투번빌과 위어튼 경제는 세계화와 정보경제가 가져온 변화에 적합지 않다. 이 지역들은 1980년대 이래 인구가 계속 감소해 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경기회복을 어렵게 하는 것은 주력업종 때문만은 아니다. 12만이라는 인구는 충격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적다. 생존에도 충분치 않다. 스투번빌과 위어튼은 미국을 지정학적으로 가진 지역과 가지지 못한 지역으로 나누고 있는 균열의 패자 쪽에 놓여 있다.

이들 지역이 제철소 혹은 탄광에 의존하든, 아니면 병원이나 제조공장에 의존하든 작은 도심지역들은 경제적 변화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부적응은 회복만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테크놀러지가 모든 경제 분야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변화는 이들 군소 도시들의 미래에 흉조가 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노동계층에 위험한 곳이 될 수 있다”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도심정책프로그램 전문가인 마크 무로는 말했다.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무로는 인구 50만 이상의 미국 100개 대도시들은 인구 8만에서 21만5,000 사이의 군소도시들과 비교했다. 평균적으로 또시들의 경기침체 탈출 속도가 군소도시들보다 빨랐다.

미래 예측을 위해 그는 자동화 확산, 그리고 외국과의 무역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경제적 변화가 심한 10개주의 도심지역들을 골라 이런 변화에 따른 영향을 측정했다. 차이는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대도시 민간부분 고용 증가속도는 군소도시들보다 거의 두 배나 빨랐다. 수입 또한 50% 더 빨리 증가했다. 그리고 노동력 가운데 노동연령 인구를 뜻하는 노동참여율은 군소도시들에 비해 절반정도만 줄어들었다. 무로는 “경제적 변화는 군소도시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변화를 요구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대도시 밀집지역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군소도시의 경기침체가 하찮은 일이 될 수는 없다. 지난 대선에서 인구 25만 이하 도시지역의 분노한 유권자들은 57대38의 비율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트럼프는 농촌 유권자 표의 61%와 군소도시 유권자표의 52%를 가져갔다. 이런 표차가 대도시에서 힐러리가 가져간 표들을 상쇄했다.

트럼프 승리를 도운 이들의 좌절감이 정책과 관련해서는 나쁜 지침을 주고 있다. 석탄과 제철산업을 부흥시키면서 이민자를 몰아내고, 외국 수입상품 장벽을 높임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번성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분노한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

군소도시들의 쇠락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쇠락을 촉진시킨 요소들이 대도시들의 성공을 가져다 준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끌어 들이고 혁신을 이끌어 가는 인재들의 집중이 가장 큰 요소이다. 이것은 전국적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대도시 거주의 장점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도시들은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어 취업기회가 군소도시들보다 훨씬 많다. 큰 도시들일수록 더 생산적이고 더 혁신적이다. 높은 임금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인재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면서 산업의 다양성이 더 넓어진다. 대도시들의 성장률이 더 빠른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전에도 항상 이런 것은 아니었다. 2차 대전 후 수십년간 대도시의 일자리 점유율은 실제로 감소했었다. 기업들이 군소도시들로 확산돼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경제 자체가 달랐다. 크고 작은 도시들과 준 교외지역에 자리를 잡는 제조업과 달리 정보경제는 하이텍 업체들이 손쉽게 기술력이 좋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심지역으로 몰리게 된다. UC버클리 경제학자인 엔리코 모레티는 “오늘날 경제적 성공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혁신산업에는 두터운 노동력이 필수적”이라며 “이것은 대체가능한 기술을 가진 용접공이 아니라 바이오텍 엔지니어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대학의 엘리사 지아노네는 붕한 도시와 가난한 도시의 임금 격차가 1940년부터 1980년 사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에 접속한 대졸자들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이런 현상은 멈췄다고 덧붙였다. 개인용 컴퓨터 접속이 가잘 빠르게 이뤄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임금이 상승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도시들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통체증과 도심 범죄 및 빈곤 증가는 현명한 젊은이들이게 대도시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도 대도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로는 지금과 같은 지역적 집중이 소수의 메가 메트로 지역에만 혁신이 집중되도록 함으로써 미국 전체의 번영을 해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도시들의 번영을 이끌고 있는 힘은 스투번빌이나 위어튼 같은 도시들을 가차 없는 쇠락에서 구해내기에는 너무 강력하다. 도시문제 전문가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국제기준으로 볼 때 미국은 지역적으로 그리 집중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런던은 전체 국민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뉴욕과 시카고, LA를 합해도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머물고 있다.

결론적으로 군소도시 미국인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어쩌면 이들을 대도시 인근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정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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