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가 美 M1전차 몰고 와”…쿠르드의 울분

2017-10-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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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총영사관 앞에서 눈물의 항의 시위…성조기도 끌어내려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가 美 M1전차 몰고 와”…쿠르드의 울분

쿠르드계 매체가 보도한 시아파 민병대의 전차[쿠르디스탄24]

반이란 민족주의 성향의 쿠르드계 이라크 매체 쿠르디스탄24는 21일(현지시간) 작동을 멈춘 전차 1대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페슈메르가(쿠르드자치정부의 군조직)가 아르빌 남쪽에서 공격하는 시아파 민병대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페슈메르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보도를 인용하면서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에 애매한 입장을 보인 미국을 겨냥했다.


미국과 적대적인 이란이 지휘하는 시아파 민병대가 미국산 전차를 몰고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직접 지원했을 리 없는 터라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라크군에 지원한 M1 전차가 이 민병대로 흘러들어 갔을 수 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는 무장조직으로, 이라크 정부군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두 축이었다. 이라크 정부군이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점유했던 키르쿠크 주를 되찾는 작전에도 가담했다.

미국은 지난달 KRG가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하자 이를 만류했고, 이라크 정부가 키르쿠크를 공격하는 데도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를 표했을 뿐 중립을 지켜 사실상 이라크 정부의 군사 행동을 묵인했다.

미국의 중립은 KRG가 속수무책으로 중앙정부에 밀리는 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쿠르드족 주민들도 야속한 미국에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19∼ 21일 쿠르드 자치지역의 수도 격인 아르빌에 주재하는 미국 총영사관 앞으로 몰려가 '눈물의 항의 시위'를 열었다.

흥분한 일부 참가자는 시내 한 호텔 앞 국기 게양대에서 성조기를 끌어내렸다.


이들은 'PMU(시아파 민병대)가 미제 에이브럼스 전차로 쿠르드족을 공격했다', 'PMU와 이란이 이슬람국가를 격퇴한 이들(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어떻게 이란이 그들의 무기로 공격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란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개입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 시위엔 쿠르드족의 독립에 냉담한 미국뿐 아니라 예상한 수준을 넘는 이란의 '단호한 외면'에 대한 분노가 섞인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 편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과 싸웠다. 그 대가로 후세인 정권에게서 가혹한 탄압과 학살을 당했다.

그런데도 이란은 이번 KRG의 분리·독립 투표와 관련해 이라크 중앙정부를 강력히 지지했다. 이란은 600여만명에 달하는 자국 내 북서부 국경지대의 쿠르드족이 KRG의 독립 추진에 영향받아 동요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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