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주 봐주러…용돈 받지…” 노인에 유도 질문, 황당한 강제 출국

2017-10-20 (금)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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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목적 의심’등 미 입국심사관 횡포

미국에 사는 자녀와 손주를 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 방문길에 나선 60대 한국인 여성 A씨는 입국심사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미국 방문 목적을 묻는 입국심사관의 질문에“손주를 봐주러 왔다”고 대답을 했다가 결국 입국이 거부돼 한국으로 강제출국을 당한 것이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입국심사관은 A씨가 손주를 봐주러 왔다는 대답을 하자 돈을 받는지를 물었고, 이에 A씨가 용돈으로 조금 받는다고 하자 ‘무비자 입국인데 대답이 목적과 상이하다. 미국에 취업 목적이 의심된다’는 황당한 사유로 입국을 불허하고 이 할머니를 한국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는 주미 한국대사관 영사과가 한국인들에 대한 미국 입국 거부 조치들을 모아 지난 18일 발표한 강제출국 사례들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 공항들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심사가 대폭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자녀와 손주를 만나러 오는 할머니까지 강제출국시키는 등 지나친 심사가 이뤄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주미대사관에 따르면 이외에도 과거 불법 취업 기록이나 이민법 위반 기록 등 여러 이유로 입국이 불허돼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강제출국 사례는 많다.

B씨는 과거 미국에 체류할 때 체류시한을 단 3~4일 초과해 머문 적이 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입국심사관의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가 입국 거부를 당한 경우다.

또 C씨는 관광 목적으로 미국에 무비자로 입국하려다 편도 티켓만 끊어 오고 귀국 항공편 티켓이 없는 점과 체류지가 불분명한 점,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지참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가 돼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밖에 D씨는 방학 때 단기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에 왔으나 유학비자를 받는게 번거로워 그냥 무비자로 왔다가 어학연수 목적이 드러나 입국이 거부됐고, 친구 방문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E씨는 입국심사관의 체류기간 문의에 2주일이라고 답했으나 미국 거주 친구는 2~3개월이라고 답했고, 귀국 비행기 일정도 3개월 이후로 확인돼 강제 출국을 당했다.

이와 관련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은 입국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례로 ▲허가 받은 비자와 다른 입국 목적이 심사관에게 적발되는 경우 ▲여권 만료 사실을 확인하지 않거나 여권이 만료됐다며 비자 페이지만 본인이 임의로 따로 찢어낸 경우 ▲출국 때 입국카드(I-94)를 제대로 넘기지 않은 경우 ▲F-1 소지자의 경우 기간이 남은 입학 허가서(I-20)를 소지하지 않은 경우 등을 꼽았다.

특히 입국심사에서 방문 목적과 거주지 주소 등을 심사관에게 사실 그대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강제출국까지 당하는 상황을 방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희 변호사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거나 장기 체류하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 재입국하는 한인들 가운데 과거 촬영한 사진이나 이메일, 카톡메시지, GPS 등의 기록과 진술 내용이 다를 경우 입국이 금지될 위험이 있다”며 “CBP는 원칙적으로 방문목적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되는 입국자는 2차 심사 및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무비자 입국자의 경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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