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둑의 신 ‘알파고 제로’ 공개…“AI의 신기원”

2017-10-1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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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바둑 깨우쳐, 알파고에 100전 100승

▶ “인공지능 한계 무한”

바둑의 신 ‘알파고 제로’ 공개…“AI의 신기원”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의 한계는 어디인가.

인간 최고수들을 잇달아 격파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능가하는 최신 버전 ‘알파고 제로’가 공개됐다.

알파고 제로는 교과서나 기보는커녕 대국 상대조차 없이 순수한 독학으로 바둑을 익혔는데도, 인간 고수들과 기존 알파고 버전들을 압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학습 개시 불과 3일만에 이세돌 9단에 승리를 거둔 알파고를 상대로 100전 100승을 거뒀다는 것이다. 가히 ‘바둑의 신’으로 불릴만한 놀라운 실력이다.


이는 인간이 미리 정해 놓은 정석을 외우거나 기보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바둑을 배웠던 기존 버전들과는 다른 점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지능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창업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등 이 회사 소속 연구원 17명은 1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인간 지식 없이 바둑을 마스터하기’(Mastering the game of Go without human knowledge)라는 논문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알파고 제로는 바둑 규칙 외에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의 신경망에서 출발한다. 바둑판만 놓고 ‘셀프 바둑’을 두면서 스스로 바둑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승률을 높이는 좋은 수가 어떤 것인지 데이터를 스스로 쌓으면서 알파고 제로가 바둑을 이해하는 수준이 점점 높아진다. 이 학습 방식은 생물의 뇌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system)과 유사하다.

작년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에서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긴 버전(‘알파고 리’로 지칭)과 비교해 보면, 알파고 제로는 독학 36시간만에 이 버전의 실력을 넘어섰다.

또 알파고 제로가 72시간 독학을 한 후 ‘이세돌 9단 대 알파고 리’ 실전 당시와 똑같은 대국 조건(제한시간 2시간씩)에서 알파고 리와 대결한 결과, 100전 100승 무패를 기록했다. 알파고 제로가 한 수에 0.4초가 걸리는 ‘초속기’ 바둑으로 490만 판을 혼자 두면서 연구한 결과다.

알파고 제로가 40일에 걸쳐 2,900만 판을 혼자 둔 후에는, 올해 5월 현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을 3대 0으로 꺾었던 기존 최강 버전 ‘알파고 마스터’의 실력마저 압도하게 됐다. 알파고 제로는 알파고 마스터에 100전 89승 11패를 거뒀다.

알파고 제로는 독학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알고 있는 정석을 스스로 깨달았을뿐만 아니라, 독특한 정석을 개발하기도 했다.


교신저자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공동 제1저자 3명 중 한 명인 데이빗 실버는 독학으로 바둑을 배운 알파고 제로가 기존 버전들보다 오히려 강한 이유에 대해 “인간 지식의 한계에 더 이상 속박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알파고 버전들은 일부 정석 등을 인간으로부터 배웠고 인간이 둔 기보도 공부했지만, 알파고 제로는 인간으로부터 전혀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선입견과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파고 제로’는 인공지능이 인간 도움 없이 인간을 까마득하게 초월할 수 있는 잠재력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알파고 제로가 인공지능의 활용 폭을 획기적으로 넓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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