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안한 증시? 주식펀드→채권펀드로 전환 고려

2017-10-18 (수)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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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는 상승“언제 또 붕괴될 지 몰라”, 잘 나가는 주식 버리고 채권으로 눈 돌려

▶ 수익률 높은 회사채보다 국채가 더 인기

불안한 증시? 주식펀드→채권펀드로 전환 고려

요즘 주식펀드에서 안전한 채권 펀드로 옮기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AP]

요즘 증시가 숨가쁜 오르막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기 때 폭삭 주저앉아 큰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오름세가 즐겁지만은 않다. 지나칠 정도로 상승을 거듭하는 증시가 언제 또 붕괴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은 상승세를 지켜 볼 때마다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월스트릿 저널의 보도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문은 안정성을 위해 주식 펀드(stock fund)에서 안전한 채권 펀드(bond fund)로 전환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채권 역시 지난 35년간 대부분 불마켓 장세를 이어왔다.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 채권을 구입하고 있지만 과거의 구입 형태를 따르지는 않는다.

리서치 회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8월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흘러 들어간 300억 달러 중 90% 이상이 과세대상 채권 펀드 투자다. 그런데 채권 시장의 올해 수익은 고작 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미국 주식 시장은 13%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2036~2047년 만기 국채를 보유한 ‘iShares 20+ 국채 ETF’ 같은 펀드의 투자 자금을 들여다보면 지난 9월20일까지의 올해 투자금은 과거 15년 어느때보다도 강세를 보였다. 올해만 44억 달러가 유입됐고 지난 9월에만 27억 달러가 투자돼 총 99억 달러로 지난 2월말 이래 거의 2배가 늘어났다.

펀드 투자자들은 지금 최고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고 해도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채권 펀드에 들어가고 나간 투자금의 수익률 그래프를 살펴보면 만성적으로, 심지어는 중독 된 듯 채권 가격이 치솟은 후에 사고, 하락할 때 팔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잘나가는 주식을 버리고 수익이 낮은 채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장기 국채의 수익률은 평균 1% 미만이었다. 10%를 넘는 주식 펀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9월 연방 준비제도 회의는 또 한차례 이자율 인상을 예고했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돼 있다.

▲채권 펀드 투자비율 높아

뮤추얼 펀드에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자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들에는 투자 배당금 재투자 비율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ICI)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재투자된 배당금은 거의 510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받아 소비하는 대신에 자동 재투자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재투자는 채권 지분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주식 시장이 급락할 때 좀더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고정 수입 전략가 캐런 슈에넌은 “기간과 소매의 투자자 비율이 매우 건강하게 혼합돼” ‘iShares’ 장기 국채펀드를 구입해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이 마치 지난 수년동안 주식 시장에 투자해 톡톡히 재미를 봤는데 이제는 위험하지 않는 곳으로 투자금을 옮겨 놓을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3억6,300만 달러 규모의 ‘아사치 호이싱턴 US 국채 펀드’ 매니저인 밴 호이싱턴은 “투자자들이 채권 펀드에 투자하는 이유는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을 기대해서라기보다는 주식과 비교해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의 판단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평가했다.

뱅가드 투자 전략가인 프랜 킨너리는 미국 주식은 2008년 재정 위기 때보다 무려 3배 이상 오른 점을 지적했다. 주식에 60%, 채권에 40%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지금은 주식 비율을 75% 이상으로 늘려 놨다.

ICI에 따르면 주식 투자가 크게 늘어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펀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25%로 2012년 31% 보다 낮아졌다.

킨너리는 “1990년 후반 투자자들은 가속도가 붙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들였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주식 시장의 최고 호황기를 맞는 중인데도 투자자들은 채권을 구입하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장기 채권 펀드는 기준금리가 1% 오를 때마다 가격이 15% 하락하게 돼 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의 회사채나 신규 채권 펀드와 같은 위험성 높은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대신 은퇴자와 은퇴에 가까운 투자자들은 좀더 보수적인 투자 등급의 펀드와 정부 펀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채무 불이행의 위험도 낮추고 이자율 상승에 덜 민감한 상품들이다.

S&P 500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채권 펀드의 수입에 유리한 저리 환경에서 주식도 채권도 특별히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정 위기때 미국 국채와 같은 상품들만이 주식 시장 곤두박질 속에서도 꾸준히 잘나간 유일한 투자 상품으로 남았었다.

킨너리는 정부채권은 “아주 우수한 고품질 자산으로 인정받아오고 있다”면서 주식 시장 붕괴와 동시에 이자율이 급격이 상승하지 않은 한 매우 우수한 상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채권이 그나마 더 낳은 쪽으로 생각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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