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유협력, 혁신의 한계 풀 열쇠

2017-10-13 (금)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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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 통한 산업 최적화 통해, 차 없는 우버 최대 교통기업 우뚝

▶ 대기업-벤처 잇는 플랫폼 구축, 공정거래·투명성 확보 노력을

공유협력, 혁신의 한계 풀 열쇠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KAIST 초빙교수

산업 경쟁력이 일자리의 본질이다. 산업 경쟁력은 자원이라는 요소를 결합해 창출된다. 이러한 산업 경쟁 역량이 단일 기업 차원에서 산업생태계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기업 내부 최적화를 추구해왔던 닫힌 가치사슬의 파이프라인형 기업들이 사라져 가고 산업 차원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열린 가치 네트워크의 생태계형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은 개별 기술과 기업을 넘어 산업 차원의 거대 융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금융·의료·교육·에너지·교통·호텔과 정보기술(IT) 등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기존의 내부 최적화를 추구하던 기업들은 몰락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생산과 유통 전체를 수직계열화했던 거대 기업인 노키아는 몰락하고 애플과 구글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호텔 방이 하나도 없는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가 전통의 힐튼호텔을 능가하고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우버가 최대의 교통기업이 된 것은 이들이 내부 최적화가 아니라 공유를 통한 산업 차원의 최적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제 은행도 지점이 적은 은행이 경쟁 우위를 가진다. 자원이라는 오프라인 요소보다는 협력이라는 온라인의 관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업 차원의 경쟁이 산업 차원의 경쟁으로 진화하면서 기업들은 경쟁보다 공유를 통한 협력을 핵심 경쟁 전략으로 채택한 것이다. 바로 공유 플랫폼 전략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직도 과거의 요소 투입 경쟁과 배타적 소유 방식의 경쟁에 머무르고 있다. 공기업들은 과거 지향적 관료주의에 발목 잡혀 있다. 거대 조직은 본원적으로 혁신에 취약한데 한국의 대기업과 공기업들은 과거의 성공 기억으로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대기업과 공기업들의 혁신 역량의 한계다. 그들 대부분은 혁신을 부르짖고 있으나 막상 혁신의 성과는 미약한 것이 현실적 한계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규제의 장벽, 시장의 장벽, 자본의 장벽과 사회적 인식의 장벽에 막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나름대로 혁신 역량은 있으나 이를 구현할 테스트베드도 없고 자본도 취약하고 시장 진입의 길도 막막한 실정이다. 바로 효율의 한계다.

혁신의 한계에 직면한 대기업·공기업들과 효율의 한계에 봉착한 벤처기업들이 윈윈하는 방안이 바로 산업 플랫폼이다. 기업 간 공유 협력의 비용보다 공유 협력의 편익이 크면 산업 플랫폼 전략은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게 된다.

바로 클라우드 기반의 산업인터넷 등장이 협력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게 됐다. 서버 기반의 3차 산업혁명이 기업 내부를 혁신했다면 클라우드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은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을 혁신하게 된 것이다.


산업생태계 경쟁에서 외부와 자원을 공유 협력하지 않는 기업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협력을 통해 대기업과 공기업은 혁신을 얻고 벤처기업들은 효율을 얻게 되면 산업 전체의 성장과 국가 전체의 일자리가 보장될 것이다.

이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의 GE는 프리딕스를, 독일의 지멘스는 마인드스피어라는 산업인터넷을 오픈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과거 구글이 검색 데이터를, 알리바바가 상거래 데이터를, 페이스북이 소셜데이터를 통해 지배력을 확보한 것과 같이 GE와 지멘스 등은 산업 데이터를 통해 산업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인터넷은 이제 실시간 산업 데이터를 처리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GE·지멘스와의 개방 경쟁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공공표준기관의 참여도 필요하다.

산업 플랫폼을 통해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개방협력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공정거래와 투명성 기반의 신뢰 형성이다. 그리고 클라우드와 데이터 규제개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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