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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덮치며 폐허가 된 북가주 와이너리들

2017-10-12 (목)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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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와이너리는 물론, 호텔·식당 등도 불에 타

▶ 72억달러 관광산업 타격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시뇨렐로 이스테이트. 이번 산불 이전과 이후.

산타 로사의 패러다이스 릿지 와이너리. 화재 이전과 이후.


불타버린 와인 병과 배럴들.


거대한 산불이 북가주의 8개 카운티를 휩쓸면서 포도주의 고장인 나파와 소노마 밸리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수십년 역사를 가진 유명 와이너리들이 불 타버리고, 포도원마다 아직 추수하지 못한 포도 수확들이 불과 연기로 위협받으면서 나파와 소노마의 심장과도 같은 와인산업과 관광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다행히 올 가을 날씨가 뜨거워서 포도수확은 거의 대부분 끝이 났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역을 덮친 화마로 인해 이 지역 수만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배럴과 병에 담겨 숙성되고 있던 와인, 수확해 저장해놓은 포도들이 모두 못 쓰게 될 위기에 처했다.

포도원이나 와이너리 주인들은 걱정이 태산이지만 실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길에 길이 막혀 접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시일이 더 지나야 알게 될 것이다.


이 지역은 1등급 호텔, 와인 시음장, 고급 음식점 등으로 관광 수입이 수십억 달러 규모이다. 그런 지역에서 호텔, 와이너리 등 시설들이 불타고, 그렇지 않은 식당이나 와이너리, 호텔들은 한동안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관광수익 타격이 이미 상당하다.

소노마 카운티 포도 재배 겸 포도주 양조협회는 화재피해가 참담한 수준이라며 피해를 입은 와이너리, 사업체, 주택들에 대한 보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17개 산불이 동시 다발로 일어나 16만에이커를 태우면서 최소한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2만명 이상이 대피해야 했지만 불은 아직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4위의 포도주 생산지로 연간 와인산업으로 거둬들이는 세금만도 152억 달러에 달한다. 10일 현재 피해 와이너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화이트 록 포도원

나파 밸리의 스택스 리프 지역 산기슭에 1871년 세워진 와이너리다. 1977년부터 반덴드리체 가족이 소유한 이 와이너리는 9일 완전히 불타버렸다.

■시뇨렐로 이스테이트


나파에서 경치 좋은 실버라도 트레일을 따라 조성된 가족 소유 와이너리로 이 역시 불길에 휩쓸려 폐허가 되었다.

■패러다이스 릿지

소유 와이너리들 중 건립 근 40주년의 산타 로사 와이너리가 숯덩이와 잿더미가 되었다.

■에인션트 오크 셀러

산타 로사에 있는 이 와이너리는 집과 2개의 광, 그리고 시음 카운터를 불길에 잃었다. 다행히 병에 담은 와인들과 와인 배럴들은 대부분 무사하다.

이번 산불로 직격탄을 맞은 산타 로사에서는 주요 시설들이 화재로 파손되었다. 파운틴그로브 인, 힐튼 소노마 와인 컨트리 호텔, 윌리스 와인 바, 크리클우드 스테이크 하우스 등이다.

미슐렝 별 3개짜리 고급 식당인 욘츠빌의 프렌치 런드리는 화재는 피했지만 정전으로 9일 식당 문을 닫았다.

불길이 지나갔는데도 다행히 피해가 덜한 와이너리들도 있다. 나파의 대리어시 와이너리는 페르샤 풍의 멋진 정원의 절반을 잃었다. 하지만 와이너리는 건재하고 와인들도 무사하다고 와이너리의 댄 드 폴로 회장은 말한다.

역시 나파의 제임스 콜 와이너리에서는 공동 소유주인 제임스 하더가 가족들을 이끌고 8일밤 대피를 해야 했다. 와이너리를 둘러싸고 있는 8피트 담장이 불에 타서 무너진 후였다. 인근의 집들은 완전히 전소되었고, 근처의 시뇨렐로 와이너리도 잿더미가 되었다.

“우리 와이너리도 다 없어진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마침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다. 이때를 틈타 제임스 콜과 몇몇 친구들은 와이너리로 돌아가서 물을 퍼 날라 남은 불을 껐다. 덕분에 작은 바깥채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설들이 무사하다.

10일 하더는 트럭을 빌려 연기의 위험을 무릅쓰고 와이너리로 가서 와인 저장통과 와인 배럴들을 옮겼다. 아직 포도원에는 수확하지 않은 포도밭이 5에이커나 되고 저장실에 10톤이나 되는 포도가 남아있다.

나파 카운티의 와인산업은 지역 내 700개의 포도 재배농가들 그리고 475개의 와이너리를 통해 4만6,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와이너리 대부분은 현재 정전상태여서 적어도 앞으로 4~5일은 가동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제일 큰 문제는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일 하러 오라고 알려야 하는 데 대부분 대피 중이고, 셀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어디든 가려고 해도 화재로 도로들이 막혔으니 언제나 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와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는 연인원 2,360만명이 방문해 72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 지역에서 특히 유명한 카버네 소비뇽 포도는 한 톤에 8,000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포도원이 불탄 와이너리들이 토양을 고르고 쓸 만한 포도를 수확하려면 3~5년이 걸린다고 소노마 카운티 와이너리 협회 카리사 크루즈 회장은 말한다.

불길에 포도를 잃지 않았다 해도 연기 맛이 배어서 좋은 포도주를 만드는 데는 쓸 수가 없다. 화재로 전소되거나 피해를 입은 와이너리들은 병과 배럴에 담겨 숙성되고 있던 엄청난 양의 포도주를 그대로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불길이 배럴이나 탱크에 저장된 와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는 아직 분명하지가 않다.

한편 먹구름 뒤의 햇살 같은 게 없지 않다고 크루즈는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줄지어 선 포도나무들 사이 고랑의 잡초들이 불탔을 뿐 포도나무 자체는 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9월의 기록적 고온으로 포도가 빨리 익어 수확을 앞당기면서 밭에 포도가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 모두 노동절 고온이 2017년 빈티지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투덜댔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수확을 서둘렀습니다. 지금 보니 그런 축복이 없었어요.”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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