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정수 “빚 이제 85% 청산, 뿌듯하냐고? 다행이죠”

2017-10-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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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수 “빚 이제 85% 청산, 뿌듯하냐고? 다행이죠”

사진=김창현 기자

흔히 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천천히 올라가다 꼭짓점에서 한없이 떨어지는 듯하나 이내 다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롤러코스터의 가파른 오르막 선로를 '출발점'이라고 하면, 개그맨 윤정수(45)는 이제 출발점을 지나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1990년대 제1의 전성기를 누렸던 윤정수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가상 결혼 프로그램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개그맨 후배 김숙(42)과 무려 2년여간 가상 부부로 호흡을 맞춘 그는 '쇼윈도 부부'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파산의 아이콘'에서 '재기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그를 옭아매던 빚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추석 황금연휴의 마지막, 스타뉴스 '밥한끼합시다'의 주인공은 윤정수다. 서울 강서구의 한 감자탕집에서 만난 윤정수는 특유의 넉살로 먼저 대화를 이끌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고 중얼거리면서도 금세 뼈를 들고 고기를 발라먹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 '님과 함께2'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서 진솔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파산 얘기도 다시 꺼냈고요.

▶돈으로 거지가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니까요. 힘들기만 할 뿐이죠. 아~제가 출연했을 때 시청률 최고 찍은 거 아세요?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역전의 명수'라고 표현하던데요. 그 타이틀 마음 드나요?

▶아니요. 저는 반전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하하. 철저한 기획을 좋아합니다. 하하. 전 제 삶에 만족하고 살았어요. 제가 금전적으로 어려웠을 때도 심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제가 힘들게 산 얘길 누군가에게 하면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그럴 땐 '뭐야 난 괜찮았는데, 내가 이것밖에 안 됐나. 힘들게 살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살았나'고 오히려 놀랄 수 있거든요. 전 힘듦을 자각하지 않았어요. 저보다 힘들게 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돈 때문에 바닥을 친 사람도 봤고, 자살한 사람도 봤거든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제가 힘들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래도 관리비 체납으로 집에서 단수까지 됐을 땐 좀 힘들었을 것 같아요.

▶3개월 관리비를 못 내니까 아파트 차원에선 어쩔 수 없었어요. 15일 정도 지난 다음에야 돈을 구해서 냈죠. 그 사이 너무 불편했어요. 같이 살던 어머니에게도 너무 죄송했고요. 그런 모습 안 보이려고 어머니는 시골 외삼촌 댁에 내려보냈었죠. 어머니가 이제 돌아가셨으니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더 안타까워요.

-윤정수 씨처럼 보증을 잘못 섰다가 피해를 보는 일이 더러 있어요.

▶그냥 멍 놓고 있으면 안 돼요. 이젠 불안해서 전세로 못 살겠어요. 보증금도 많이 못 넣겠고요. (보증금) 안 돌려주면 어떡할 거야. 법적으로 받을 수 있겠지만 경매하면 6~9개월인데, 전 너무 많이 해봤거든요. 그 6~9개월 안에 우린 말라 죽는 거죠. 월세가 세도 월세 내고 살고 싶어요. 지금 집도 월세에요.

-파산 전후 뭐가 많이 달라졌나요?

▶안타까운 얘기긴 한데, 남의 말을 잘 못 믿겠어요. 큰 기대를 안 갖게 되더라고요. 예측만 하죠. 그러면 준비를 좀 할 수 있으니까, 극한 상황은 안 생겨요.

-빚은 많이 갚았나요?

▶85% 정도 갚았어요. 세금이 아직 남아있죠. 꽤 많이 벌었으니까. 하하하.

-빚도 거의 청산했는데, 뿌듯하진 않나요? '나 윤정수가 해냈다' 이런 거…

▶전혀 없습니다. '다행이다' 정도에요.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할 날들이 있잖아요. 또 저와 일원이 될 가족과 잘 살아 가냐 할 일도 남았고요. 혼자 쭉 살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그렇게 보면 아직 반도 시작 안 한거죠.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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