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미터 떨어진 호텔서 창문 깨고 난사…10~15분간씩 세차례 빗발치듯 쏟아져
▶ 2만2천여 관객 생사 넘나든 악몽 1시간

범인이 총기난사를 벌인 맨덜레이베이 호텔 32층 룸의 창문 2곳이 깨져 있다.
지난 1일 오후 10시8분, 세계적 관광지인 라스베가스는 여느 일요일 밤처럼 휘황찬란한 야경 아래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라스베가스 중심지 스트립 지역에 위치한 고급 리조트인 맨덜레이베이 호텔 앤 카지노 일대는 라스베가스 블러버드 건너편에 마련된 대규모 야외 공연장에서 지난달 29일 시작된 컨트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날레 콘서트가 한창 진행되면서 열기와 함성이 고조되고 있었다.
음악 축제 ‘루트 91 하베스트’ 무대에 오른 유명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이 자신의 대표곡을 열창하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허공에서 기관총을 갈기는 듯한 총성이 울렸다.
“두두둑…두두둑…드르륵…드르륵….”음악 소리와 뒤섞인 총격 음은 처음에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효과음이나 폭죽소리로 오인됐지만, 빗발치듯 쏟아지는 총탄에 흥겹던 콘서트장은 이내 피로 물든 전쟁터와 같은 참혹한 아비규환으로 돌변했다.
공연은 중단됐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가수 알딘은 무대 뒤로 급히 몸을 피했다. 관중석의 환호는 곧바로 비명으로 바뀌었다.
콘서트장에서 300미터가량 떨어진 맨덜레이호텔의 32층에서 총알이 쏟아졌고, 관객들은 반사적으로 땅바닥에 몸을 숙이거나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흩어졌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쓰러졌다. 한 여성은 “엎드려!”라고 외쳤고, 곳곳에서 “뛰어 뛰어 뛰어”라는 다급한 목소리도 들렸다.
32층 호텔방에서 창문을 깨고 지상의 청중들을 향해 고성능 자동화기로 총탄을 난사하기 시작한 범인은 탄창을 교체하는 듯 잠시 멈췄다가 또 다시 난사를 시작하는 등 총격을 세 차례 이상 무차별적으로 이어갔다. 목격자들은 “총격이 10~15분간 이어진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CNN 형사분석가 제임스 가글리아노는 “총성을 들어보면 탄알 띠를 장착한 군사 화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현장에 있었던 라디오 시리어스XM의 진행자 슈테르머 워런은 “처음엔 폭죽이 불발된 줄 알았다”며 “세 번째쯤 됐을 때 뭔가 잘못된 걸 알았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콘서트장 건너편 호텔의 고층에서 번쩍하는 섬광이 보였다”고 전했다.
약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15에이커 크기로 콘서트장에는 총격 당시 2만2,000여 명이 운집해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무대 가까이 있었다는 한 여성은 CNN에 “사람들이 갑자기 내려오는데 왜 갑자기 피하는지, 누가 총에 맞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시민들은 주변에 주차된 차량 밑으로, 건물 창고로 긴급히 몸을 피했다. 한 여성은 “내 딸이 없어졌다”면서 울부짖기도 했다.
한 목격자는 당시 장면을 “사람들이 ‘죽음의 상자’에 갇힌 듯 했다”고 묘사했다.
곧바로 경찰차 수십여 대가 스트립 지역에 집결했다.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은 호텔 29층을 수색한 뒤 범행 장소였던 32층으로 올라갔고, 네바다와 애리조나 경계의 메스퀴트에 사는 백인 남성 스티븐 패덕(64)으로 확인된 범인은 경찰이 호텔방을 급습하기 직전인 밤 11시께 자살한 채 발견됐다. 그의 호텔방에서는 17정의 총기가 함께 발견됐다.
참극은 1시간 만에 끝났지만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렁 커졌다.

총기난사의 표적이 돼 청중 수백명이 사상한 라스베가스 빌리지의 야외공연장이 2일 전쟁터처럼 폐허로 변한 가운데 피해자들과 관객들이 남기고 간 물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라스베가스리 뷰 -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