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0여년 어려운 한인들에 문턱 없는 병원”

2017-09-25 (월)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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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인터뷰] 고려보건진료소 이동준 소장

▶ 저소득· 서류미비자 연 1만5천여 명 진료
환자들 부담 없이 찾도록 가족처럼 대해

“40여년 어려운 한인들에 문턱 없는 병원”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한인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것이 고려보건진료소 운영의 목적”이라고 밝히는 이동준 소장. <박상혁 기자>

“한인들의 건강관리를 돕고 교육하는 것이 저희 사명입니다”반세기 가까이 LA 한인사회에서 저소득층 및 서류미비자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한인들에게 사랑의 인술을 베풀고 있는 진료소가 있다. LA 한인타운 11가와 버몬트 애비뉴에 위치한 고려보건진료소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1974년 김동성 초대 이사장의 사재로 설립된 고려보건진료소는 정부 지원을 통해 매년 1만5,000여 명의 무보험자들에게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인 환자들에게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건강관리에 대한 교육을 돕고 있다는 고려보건진료소 소장 이동준 전문의는 “대형 병원은 아니지만 양질의 자격을 갖춘 의료진들이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한인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것이 보건소 운영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보건진료소 이동준 소장으로부터 병원 운영의 전반적인 내용과 다양한 혜택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고려보건진료소에 대해 한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고려보건진료소는 저소득층이나 서류미비자 등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최저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물론 의료보험이 있는 분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어 병원을 가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직접적인 서비스 대상이다.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나

▲무조건 무료는 아니고 일반 병원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 진료의 경우 보건소 방문시 진료비는 40달러다. 진료소에서 병이 진단돼 큰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 LA 카운티-USC 메디칼 센터로 보내진다. 약 처방의 경우 제약회사의 협조로 비싼 의약품도 필요시 거의 무상으로 제공된다.

-어떤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나

▲큰 수술이나 MRI검사 등을 제외한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모든 진료과목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쉽게 이야기 하면 전문 의사와 면담 후 필요에 따라 종합병원으로 보내진다. 진료소를 방문하는 환자들 가운데 연간 7~10% 미만이 질병 치료를 위해 LA 카운티-USC 메디칼센터로 보내진다.

특히 종합검사의 경우 다른 종합병원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검사가 제공된다. 물론 종합검사 비용은 소득에 관계없이 청구되기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진료소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은 다른 병원에 비해 환자 1명당 할애되는 시간도 많고 최대한 꼼꼼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 진료소에서는 무료 예방접종(19세 이하 저소득층 가족)이나 치료와 관련한 주사를 저렴하게 맞을 수 있고, 한인타운에서 유일하게 모든 여행자 예방 접종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민국 신체검사도 받을 수 있다.

-진료소의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보건소와 의료진들이 병원이라는 딱딱한 느낌보다 환자들에게 가족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진료소를 방문하는 50%가 넘는 환자들이 재방문을 하는 등 다시 오시는 환자들이 많다.

이와 함께 유방암이나 자궁암, 성병검사는 모두 무료로 제공되며, 진단시 보험에 관계없이 메디칼이 제공되는 등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피임교육과 정관수술도 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환자들 가운데 한인 비율은

▲한인타운에 있다 보니 한인 환자 비율이 전체 환자의 90% 정도 된다. 어떤 환자는 1996년부터 꾸준히 이용하고 계시기도 하다. 언어적인 면도 있고 의료진 대부분이 한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인 환자들이 심적으로 편하게 여겨 많이 방문하신다.

-진료소에 대한 편견은 없나

▲진료소 의료진과 병원 시설이 대형 병원에 비해 낮을 거라는 편견이 많다. 현재 보건소에는 전문의 2명, 전문 간호사 3명 등 총 10여 명의 의료진들이 있는데, 모두 UCLA 등 유명 의대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의료진들이 남다른 사명을 갖고 봉사를 하고 있다. 또 의료기기의 경우도 정부지원으로 구비되기 때문에 가장 최신식 기계가 설치돼 의료진이나 시설적인 면에서 대형 종합병원과 차이가 없다.

-진료소 운영에는 큰 어려움은 없나

▲오바마케어 시행으로 무보험자 비율이 낮아져 환자들이 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또 정부 예산 삭감으로 지원되고 있는 일부 펀드도 줄어들기도 했다. 진료소는 다른 비영리 의료기관과 다르게 기금모금 행사나 개인 후원도 없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진료비를 받고 정부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한인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건강보험 유무에 상관없이 한인들이 건강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질병 예방과 의료 교육 및 상담전문 기관인 진료소 입장에서 보면 어렸을 때부터 병원을 정기적으로 찾아 진료 및 관리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아프거나 증상이 있어야 병원을 찾기 때문에 병을 키운 뒤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다 많다.

특히 한인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유방암의 경우 어린 나이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관리를 받아야 하지만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조기진단과 올바른 식습관,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만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진료를 받기 위해서 예약을 해야 하는가

▲전화(213-380-8833)로 예약하는 것을 권해 드린다. 물론 예약 없이 업무시간에 진료소를 찾아도 상관없지만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진료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4시45분까지며, 토요일은 격주로 오픈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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