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K, 삼성전자와 경쟁 발판 마련… 한·미·일 컨소시엄 ‘도시바 메모리 인수’ 배경

2017-09-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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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회장 ‘뚝심’ 통해 낸드플래시 도약 기초

SK, 삼성전자와 경쟁 발판 마련… 한·미·일 컨소시엄 ‘도시바 메모리 인수’ 배경
전 세계 반도체 및 전자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1년6개월 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은 결국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부침이 심한 반도체 경기의 특성과 동상이몽일 연합 내 참여 기업들의 속내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또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추격 중인 중국 자본을 월등히 앞서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인수전 승리를 전방에서 이끈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경영’은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이어 또다시 빛을 발하며 또 다른 성공신화로 남게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됐다.


■SK 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도약 발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게 된 한미일 연합에는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베인캐피털 외에도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턴 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 PC·노트북 제조사인 델, 데이터 저장업체인 시게이트, 컴퓨터 회사인 킹스턴 등은 모두 도시바 낸드플래시의 고객들이어서 도시바로서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은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일정 부분 경영에 관여하며 도시바와 기술 협력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한 셈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와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로 큰 성장이 기대되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선진기술을 확보하면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도시바와의 시너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반도체 업계는 최근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중국 자본에 도시바메모리 사업이 넘어가는 것을 차단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뚝심 또 통했다” 최태원, 하이닉스 이어 도시바 ‘승부수’


지난 2011년 말 진행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입찰에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SK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모험’으로 받아들였으나 최태원 회장은 2년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인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매출이 30조원(약 265억6,000만달러)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은 13조~14조원(약 115억~12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다.

이번에도 최 회장의 두번째 ‘반도체 승부수’는 머지않아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수 협상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초반부터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업체들에 뒤처지면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최 회장은 직접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결국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예상 인수자금이 커지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등과의 연대에 나섰고, 일본 정부가 기술 해외유출 등을 우려한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DBJ) 등과도 손을 잡았다.

또 경영권 확보를 고집하지 않고 도시바와 시너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물밑 설득작업에도 나선 것도 주효했다.

다만 최 회장 앞에 놓인 길도 만만치 않다. 도시바가 그동안 매각 협상에서 수차례 ‘말바꾸기’를 해온 터여서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도 마음을 놓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각사 이사회의 승인과 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 절차 등도 남아있다.

아울러 어느 업종보다 부침이 심한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도 앞으로 최 회장이 계속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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