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객들, 남성 미용사에 ‘줄서기’

2017-09-21 (목) 김대열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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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섬세하고 예술적”

▶ 헤어샵·네일샵 등서 타인종에 특히 인기…업소들 ‘모시기’경쟁

고객들, 남성 미용사에 ‘줄서기’

20일 한인타운에 위치한‘아뜨리에 바이 티파니’ 미용실에서 한인남성 헤어 디자이너가 타인종 여셩고객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지난 주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 미용실을 방문한 한인여성 손모씨는 남성 미용사에게 머리를 자르기 위해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손씨는 “20대까지만 해도 여성 미용사를 선호했지만 어느 날 남성 미용사에게 머리를 한번 자른 뒤 부터는 남성미용사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가든그로브에 있는 한 네일샵에서 일하는 한인남성 김모씨는 다른 여성직원보다 예약손님이 훨씬 많다. 김씨는 “다른 여성 직원들은 모두 백인이며, 나만 남성이다”라며 “오히려 타인종 손님들은 아시안 남성이 더 섬세하고 예술적이라는 생각에 나에게만 예약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원래 미용업계를 생각하면 ‘여성’이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 미용실과 네일샵 등 한인 미용업계에서 남성 직원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업체마다 남성직원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병덕 팔레스 뷰티칼리지 학장 겸 재미한인미용협회 회장은 “미용업계는 사실 남자와 여자 구분 없이 본인의 센스와 재능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성별에 관계없이 인기를 끌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업주는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은 남성을 선호하기도 하며 여성 고객 입장에서도 남성 직원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남자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년 전만 해도 팔레스 뷰티칼리지에 많은 한인남성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성 수강생이 많이 줄어 미용업계에서 남성 직원을 ‘모시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 됐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일례로 한 한인남성 미용사원 A씨를 소개했다. A씨는 본인이 차린 화장품 업소에서 직접 화장품 판매는 물론 메이컵까지 담당하고 있어 많은 여성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미용업계에서 ‘남성’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일을 시작할 때부터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A씨는 피부상담부터 화장품 추천, 세안 방법, 그리고 메이컵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제공해 ‘여성직원 만큼’이라는 말보다 ‘여성직원보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고 한다.

최근 한 한인타운 미용실은 여성 고객이 남성 헤어디자이너에게 서비스를 받으려고 오래동안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현상은 미용실 뿐만 아니라 네일샵에도 나타난다.

남가주의 한 네일샵에서 네일아티스트로 일하는 한인남성 김모씨는 “많은 고객들이 남성이라서 ‘더 못한다’, ‘일이 서투르다’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더 꼼곰하다’, ‘더 예술적이다’라고 평가한다”며 “우리 업소는 비한인 고객이 대부분인데 네일 아티스트로써 이런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자 네일샵 오너가 혹시 한인남성 중에 네일 아티스트로 근무하길 원하는 지인이 없냐고 물어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대우를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남자가 뭘 알아요’, ‘원래 여자는 이렇게 안해요’ 등 괜히 남성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여성 고객도 더러 있다는 것.

한 미용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업소에는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의 비율을 6:4 혹은 7:3과 같이 적절하게 배치하는 중요하다”며 “전반적으로 남성 실력자가 부족해 그 정도의 비율을 맞추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열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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