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표정 박, 울먹이는 최에 눈길 한 번 안 줘

2017-05-23 (화) 연합뉴스
작게 크게

▶ "피고인 직업은" 질문에 "무직입니다"

▶ 국민참여재판 의향엔 "원치 않는다"

<박 대통령 첫 재판 현장 중계>

23일(이하 한국시간) 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법정에 선 박근혜(65) 전 대통령은 사복에 수갑을 차고, 왼쪽 가슴에는 ‘503번’ 수용자 번호가 선명했다.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이날 법정에서 울먹였으나, 시종일관 무표정한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수갑 찬채 법원으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6분께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재판 50분 전인 오전 9시1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감색 사복을 입고 올림머리를 한 것처럼 뒷머리를 머리 집게로 고정했지만, 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503번이 적힌 배지가 달렸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의 피고인들과는 분리된 채 법무부의 소형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차 안에도 교도관만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의 수감 피고인들처럼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지만, 포승줄로 묶이진 않았다. 통상 여성이나 고령 수용자는 이동시 포승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박 전 대통령은 수의 대신 남색 정장의 사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은 도주의 우려가 없는 피고인은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

■직업은 ‘무직’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정식 재판에 출석, 구속 53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밝혔다.

오전 10시 정각에 법정에 입장한 재판부는 개정 선언을 한 뒤 법정 옆 대기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입장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하며 법정에 들어와 재판대 오른편 피고인석에 앉았다. 옆자리엔 유영하 변호사가 동석했다.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던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라는 김 부장판사의 질문에 일어서서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주소를 묻는 말엔 “강남구 삼성동…”, 생년월일이 1952년 2월2일이 맞느냐는 말엔 “그렇다”고 했다. 이는 재판 시작 전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참여재판 의사가 있는지도 물었으나 그는 일어서서 마이크를 잡고 “원하지 않습니다”고 답한 뒤 다시 착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들은 뒤 이어진 인정신문에서 최순실씨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인적 사항 확인에 답했다.

■최순실엔 눈길 안 줘

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은 뒤 곧장 최순실(61)씨가 법정에 들어섰으나 40년 지기로 알려진 두 사람은 서로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다. 줄곧 앞만 응시하던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짧게 귓속말로 대화할 뿐 최씨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재판장이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시작으로 재판을 진행하자 박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최씨는 감정적으로 흔들린 듯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코를 훌쩍였으나 박 전 대통령은 내내 아무런 표정도 띄우지 않았다.

공소유지에 나선 검사와 재판장은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이라고 지칭했다. 검사는 모두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에 관해 ‘피고인’으로 부르면서 간간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썼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해온 유영하·채명성 변호사를 비롯해 여러 명이 맡았다. 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변호사 등도 출석했다.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본부의 핵심 실무진이었던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8명이 출석했다.

법원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 안에 10명이 넘는 방호원과 사복 경찰관들을 배치하는 등 경비 수준을 강화했다. 다행히 재판은 별다른 동요나 소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무표정 박, 울먹이는 최에 눈길 한 번 안 줘

수갑을 찬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시간 23일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