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 열어주고 팁 달라 '노숙자 곤욕'

2017-05-20 (토)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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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안주면 욕설까지..."해코지 당할라" 불안

▶ 편의점 앞에 진 치고, 구걸자리 놓고 다툼도

급증하는 노숙자수와 이로 인한 사회 문제들로 LA시와 카운티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LA 한인타운 지역에서도 일부 노숙자들로 인해 한인 등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들이 계속 많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며칠 전 맥주를 사기 위해 집 근처 편의점을 들른 LA 한인타운 거주 한인 정모씨는 편의점 앞에서 문을 열어주고 돈을 요구하는 노숙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정씨가 돈을 바라며 손을 내미는 노숙자를 그냥 지나치자 뒤에서 노숙자들의 욕설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정씨는 “기분 좋게 맥주를 사러 왔다가 노숙자들에게 욕을 먹는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평소에도 노숙자들이 문을 열어주고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 가끔 동전을 주곤 했지만 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까지 들으니 기분도 나쁘고 자칫하다간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전했다.


역시 한인타운에 사는 또 다른 한인 최모씨는 이처럼 노숙자들이 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편의점이나 업소를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도 되는데 노숙자들이 자꾸 문을 열어주고 팁을 바라는 눈치를 주니 부담스러워 편의점을 못가겠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한인타운 지역 편의점이나 업소 등 주변에서 노숙자들이 구걸 자리와 돈 배분 등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 한인 등 주민들이 이에 대하 눈살을 찌뿌리고 있고, 자칫 이들의 싸움이 범죄로 이어져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최근 편의점 주변을 걸어가고 있는데 편의점 앞에서 자리와 팁을 놓고 노숙자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하루 빨리 이같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업주는 손님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에 신고를 하면 경관들이 나와 노숙자들에게 주의를 주고 해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같은 조치는 그때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노숙자들이 모여들에 문 앞에 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의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한인타운 인근 맥아더팍 근처의 한 노인 아파트에 경찰의 맥아더팍 노숙자 단속으로 인해 노숙자들이 이동해 몰려들면서 거주자들이 이로 인한 소음과 악취 등으로 큰 불편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LA 카운티 전역에 4만 명을 훌쩍 넘는 노숙자들이 몰려 있어 갈수록 노숙자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LA시와 카운티 정부가 판매세 및 부동산세 인상 발의안 등을 통해 조성되는 기금으로 노숙자 예산을 책정해 노숙자 거주 시설 조성 등의 정책을 시행하려 하고 있지만 이같은 정책은 효과를 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당장 주민들이 노숙자들 때문에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데는 즉각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노숙자들에 대한 단속과 함께 이들에게 임시 거처와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정책을 병행하는 등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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