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심상정, 文 저격수→文 호위무사?…정의당 당원들 ‘와글와글’

2017-04-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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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당 협박에 공격 못 해” vs “호위무사 아니다” 찬반논쟁

▶ 국민의당 “文지원사격 안간힘” 한국당 “선거토론 방해”·바른정당 “文 도우미”

심상정, 文 저격수→文 호위무사?…정의당 당원들 ‘와글와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2차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저격수'로 나섰던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3일 3차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정의당 안팎이 시끄럽다.

19일 TV토론에서 심 후보가 문 후보를 '작심비판'했다고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이번에는 심 후보가 문 후보의 '호위무사'로 변모한 것 아니냐며 정반대의 찬반 논쟁이 불붙은 형국이다.

심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2차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주 타깃이 문 후보가 아니라 문 후보를 공격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였다. 주적(主敵) 논란 등 '색깔론'을 펴고 있다며 토론 내내 두 후보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이는 지난 19일 열린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입장 등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심 후보가 지난 19일 TV토론 이후 "문 후보를 비판하지말라"는 일부 지지자들의 항의전화가 당에 폭주한 것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공세를 자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장 일부 당원 간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불붙었다. 한 당원은 이날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 "우리당의 후보가 프락치들의 탈당 협박으로 문재인을 제대로 공격하지도 못하는 치욕을 당했다"라고 했고, 또 다른 당원은 "문재인의 백기사인가. 문재인 아바타인가. 정의당 정체성이 무엇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일부 누리꾼은 문 후보 대신 안 후보와 유 후보를 공격하는 심 후보의 모습이 '심돗개'같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무능도 공격했는데 호위무사가 아니다", "지난 토론도 오늘 같았으면 탈당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내는 당원들도 있었다.

당 밖에서도 심 후보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과 범보수 진영인 자유한국당·바른정당도 일제히 심 후보의 달라진 모습을 공격했다.

국민의당 김영환 미디어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심 후보는 참 안타까운 입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를 지원사격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듯한 인상을 보여서 지금까지 받은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까먹은 토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심 후보가)스스로 이정희가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이경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 "어제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심 후보는 문 후보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국민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인 선거 토론회 방해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선대위 지상욱 대변인단장도 논평에서 "심 후보는 마치 '청부 마크맨'으로 나선 듯 유승민 후보에 대한 물고 늘어지기를 토론 내내 시도했다"며 "지난번에 문 후보를 비판해 정의당에 양다리를 걸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한 차례 혹독한 비판을 당하더니 이제 '문재인 도우미' 역할을 분명히 하는 모양새"라고 비난했다.

심 후보의 달라진 모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당과 차별화를 해야 하는 동시에 큰 틀에서 공통의 목표인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문 후보를 너무 거세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딜레마'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심 후보 측은 문 후보를 향한 비난이 '양적으로' 줄어든 것만을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공학적이라며 '호위무사' 논란을 일축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이 호위무사 운운하며 헐뜯기에 나섰다. 네거티브가 난무한 진흙탕 대선 속에서 심 후보만 정책선거의 모범을 보였다"면서 "(심 후보에게) 백기사나 도우미 같은 얼토당토않은 딱지를 붙여 헐뜯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누구를 위해서 비판하고 어떤 것을 가려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받을 것이 많은 후보의 내용을 보고 비판하는 것"이라며 "송민순 회고록, 주적 논란이 네거티브방식이 되지 않도록 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를 주장하고 편승하려 한 유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한 비판이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의당 당사에는 홍준표 후보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항의전화가 폭주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한 당직자는 "지난번 토론 이후에는 문 후보 비판하지 말라는 항의전화가 폭주했다면 오늘은 홍준표 후보를 왜 무시하느냐라는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며 "우리당이 '화풀이 센터'도 아니고 정당하게 다른 후보도 비판 못 하는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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