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 말라가는’ 미국 IT 창업기업… “산송장과 같다”

2017-04-24 (월)
작게 크게

▶ 신규 투자자금 확보못한 기업, 폐업·인원감축 이어져

미국의 IT(정보통신) 스타트업(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다우존스벤처소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IT스타트업이 모은 투자자금은 284억 달러(약 32조 원)에 그쳐 전년보다 30%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이는 2년 전만 해도 벤처 투자자들이 앞다퉈 IT스타트업에 투자해 사업확대를 부추겼던 것과 대비된다. 2014∼2015년에는 5천개 이상의 IT스타트업이 750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모아 닷컴 붐 이후 2년 모금액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IT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IT스타트업의 가치가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분석과 관련있다.

2014∼2015년에 5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자금을 모았던 294개 IT스타트업 중 4분의 3은 2015년 말 이후 한 푼도 투자자금을 모으지 못했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되지도 않았다. 통상 스타트업은 12∼18개월 단위로 추가 자금을 모아 사업을 키운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의 데이비드 코원 파트너는 신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IT스타트업을 가리키며 "산송장(walking dead)과 같다"고 표현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생기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비피(Beepi)도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문을 닫은 IT스타트업 중 한 곳이다.

비피는 중고차 판매 희망자에게 일정한 가격을 보장해 주고 이를 1개월내 온라인에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기는 사업 구조였다. 1개월 동안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으면 비피가 해당 차를 직접 사 줬다.

이 회사는 2014년에 기업가치가 1천200만 달러였다가 2015년 중반에 5억2천500만 달러로 뛰면서 각광받았지만 2016년부터 중고차 매매가 시들해지면서 자금난에 시달렸고, 경영진이 추가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벤처캐피털리스트로부터 싸늘한 반응에 부딪혀 결국 지난 2월 청산을 선언했다.


모바일 검색 스타트업인 퀵시(Quixey)도 몇개월 전에 폐업했다. 건강보험업무를 온라인으로 대행해 주는 사업을 했던 제니핏(Zenefits)은 직원의 절반을 짤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숙박공유서비스업체인 에어비앤비와 사무실공유서비스업체인 위워크 등 일부 스타트업에는 아직도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많은 스타트업은 벤처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면서 폐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