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안 격차 10%P로 커져…‘반문 연대’이뤄질까?

2017-04-24 (월) 김광덕 서울지사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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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지지율 하락… 홍준표 약간 상승..문재인 독주 조짐

▶ 양강 구도 흔들려…‘마이 웨이’ 후보들 단일화 시도 가능성

문·안 격차 10%P로 커져…‘반문 연대’이뤄질까?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 대선 후보자 1차 토론회가 열리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앞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독려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한국은 지금

5·9 ‘장미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대선후보 등록(15~16일) 때인 초반전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 구도로 전개됐다. 하지만 대선 중반전에 접어들어 양강 구도가 흔들리면서 문 후보의 독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안 후보는 4월 초 각 정당의 대선후보 선출 직후에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안 후보의 지지율이 SBS 주최(13일)와 KBS 주최(19일) 대선후보 TV토론 등을 거치면서 하락세를 보이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가량에 이르게 됐다.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후보는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 높은 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7%포인트 떨어진 30%에 그쳤다. 홍 후보의 지지율은 2%포인트 오른 9%를 기록했다.

MBC와 한국경제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1~22일 전국 유권자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후보 지지율은 39.1%로 안 후보(30.1%)를 9%포인트 앞섰다. 2주 전 조사 때(0.7%포인트 차)보다 문 후보는 3.9%포인트 상승한 반면 안 후보는 4.4%포인트 하락했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9.5%, 심상정 정의당 후보 4.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3.8% 순이었다.

아직까지 양강 구도가 깨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 이상으로 커지면 양강 구도가 흔들리고 문 후보의 독주 체제로 전개될 수도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주로 보수층 이탈에서 기인한다. 안 후보 지지층에서 이탈한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은 부동층이 됐고, 3분의 1가량은 홍 후보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안 후보에게 쏠렸던 TK(대구·경북) 보수층의 지지가 상당 부분 홍 후보로 넘어가는 추세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경우 홍 후보의 지지율은 일주일 전 대비 3배 오른 26%를 기록했으나 안 후보의 지지율은 48%에서 반토막인 23%로 줄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 25%에서 이번에는 24%로 별 차이가 없다.

안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우선 TV토론을 거치면서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양측 유권자를 의식하면서 모호한 노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채용 논란 등 네거티브 공세를 집중 받으면서 지지율이 주춤거렸다.

일반적인 대선의 경우 투표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선두 주자가 2위 주자를 10%이상의 지지율 격차로 제쳤다면 거의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승부를 예단할 순 없다. 조기 대선이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보수층이 마땅한 대안 주자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어서 보수층의 막판 전략적 선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각 후보의 지지율이 출렁거릴 수 있다.

또 이른바 ‘송민순 전 외교장관 문건’ 공개를 계기로 2007년 문 후보의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대북 사전 문의 의혹’이 재점화하는 등 보수 세력의 안보관·정직성 공세의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지난 대선 때 NLL과 같은 제2의 북풍 공작”이라며 공세적 방어에 나섰다. 문 후보가 ‘송민순 회고록’ 논란 파장을 큰 상처 없이 방어한다면 대권 고지에 다가설 수 있다. 반면 이 논란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주춤거린다면 판세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문 후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문 후보의 독주 조짐이 나타나자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졌던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 또는 ‘반문(反문재인)’ 연대 추진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에 맞서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가 합종연횡을 꾀하자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 후보와 홍 후보, 유 후보 등 당사자들은 연대와 단일화 논의에 반대하면서 ‘마이 웨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으나 바른정당 내부에서 연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후보 TV토론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의 지지율이 3~4% 선을 벗어나지 못하자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총 33명의 소속 의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6명이 유 후보의 거취와 연대 문제 논의 등을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하자는 요구로 표출됐다. 유 후보 사퇴와 연대론을 주장하는 의원들 중에는 “연대가 불발되면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에 입당하겠다”는 인사들도 있다.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바른정당과 한국당 내부의 단일화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도 여전히 연대론에 제동을 걸면서 ‘자강론’을 견지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 문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막판에 유 후보와의 연대 모색 등을 결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친분을 유지해온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무성 의원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물밑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광덕 서울지사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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