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밀레니엄세대 주택 소유율 세계 최고

2017-04-24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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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집 있어야 결혼할 수 있는 사회 풍조

미국 젊은층의 주택 소유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 젊은층의 주택 소유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 매거진이 최근 발표된 HSBC은행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1981년과 1998년 사이 출생한 중국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소유율은 약 70%로 조사 대상 9개 국가중 가장 높았다.

중국 젊은층의 주택 소유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미국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소유율(약 35%)과 비교할 때 무려 2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밀레니엄 세대 주택 소유율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된 멕시코(약 46%)와 비교할 때도 매우 큰 차이다.

소유율 뿐만 아니라 중국 젊은층의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 역시 타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밀레니엄 세대 10명중 9명은 앞으로 5년내에 기필코 내집을 장만할 계획이라고 답해 미국 젊은층 답변 비율보다 약 11%포인트 높았다.


중국의 주택 가격은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을 정도록 살인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밀레니엄 세대가 젊은 나이에 내집을 척척 장만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젊은이들이 필사적으로 내집 장만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성비 불균형 현상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20년쯤에 이르면 미혼 성인 남성 인구가 여성에 비해 무려 약 3,000만명이나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여성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결혼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주택 소유가 최고의 결혼 조건으로 인정받고 있다. 머니 매거진에 따르면 영국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 단과대’(SOAS) 산하 중국 연구소의 제리 리우 디렉터는 “중국에서는 남성이 결혼 뒤 살 집을 장만하지 못해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중국 밀레니엄 세대는 이른바 ‘소황제’로 불리는 ‘독자’ 세대로 중국 정부의 오랜 기간에 걸친 강력한 1가구 1자녀 정책에따라 마치 황제처럼 귀하게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한 자식이 집이 없어 혹시라도 결혼을 못할까봐 중국에서는 부모는 물론 조부모까지 발벗고 나서서 주택 구입을 돕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의 랠프 맥래플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엄청난 숫자의 중국 가구들이 독자를 두고 있고 이들 독자 세대가 결혼 연령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자녀 명의의 주택 구입을 위해 부모는 물론 조부모까지 나서서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 부모는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라고 머니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반면 미국 젊은층의 주택 소유율이 중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주택 구입 여건이 최악 수준이라는 점외에도 중국 젊은층과의 문화적, 의식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처럼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지 않고 주택 구입시 부모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비율도 상당히 낮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세대별 주택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6세 미만 미국 성인 주택 구입자 약 25%만 친지로부터 구입 자금을 지원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주택 구입 시기가 지연되더라도 ‘내돈’으로 첫주택을 장만하는 젊은층 비율은 세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미국 젊은층은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 중저가대 매물 부족, 치솟는 주택 임대료, 모기지 대출 기준 강화 등의 이유로 내집 장만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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