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취업 스트레스에 우울증·대인기피증까지

2017-03-28 (화)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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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20~30대·유학생 식이장애·약물중독 등 정신건강 상담 늘어

최근 LA 지역의 한 명문대학을 졸업한 한인 김모(33)씨. 한국에서 유학을 와 LA에서 유학생 생활만 10년을 가까이 한 김씨는 미국에서 취업을 통해 정착해 살고 싶은 꿈이 최근 좌절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졸업을 한 뒤 취업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취업비자 강화 등으로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해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라는 김씨는 “한국 기업들도 예전처럼 유학생들이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는 말에 걱정이 태산”이라며 “장기간 미국에서 고생한 뜻을 이루지 못해 최근 불면증과 식이장애는 물론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한인 유학생들과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취업난이나 생활고 등이 이유가 돼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한인사회 경기침체 등으로 직장잡기가 어려워지고 취업비자를 통한 미국 취업도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취업난과 박탈감에 시달리는 젊은층들이 우울증이나 관련 정신질환을 상담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인 유학생 박모씨도 취업 스트레스에 최근 정신 상담을 한 경우다. 박씨는 “취업이 녹록치 않아 최근까지 졸업을 계속 미뤄왔는데,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는 미국 내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포기상태”라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스트레스가 심해졌고 최근 대인기피증도 생겼다”라고 밝혔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의 이주호 코디네이터는 정신건강국에서 제공하고 있는 핫라인 서비스에 최근 한인 젊은층의 전화 상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코디네이터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포함 아시아계의 17.3%가 일생 중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데, 젊은층을 포함해서 한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질환은 우울증, 조울증, 약물중독, 거식증 및 폭식증, 조현병(정신분열병)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코디네이터는 “인종 구분 없이 정신건강 치료 및 상담에 관한 필요도는 비슷하지만, 아시아계, 특히 한인들은 정신질환을 숨기려고 하는 문화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는 비율이 백인보다 3배 정도나 높다”며 “이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한인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에는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받을 수 있는 정신질환 치료 및 상담 서비스가 24시간 핫라인(800-854-7771)을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한국어 통역이 가능하다.

한편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은 한인가정상담소(KFAM),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등 여러 한인 및 아시아계 상담 기관들과 계약을 맺고 한인사회 정신건강 문제 대처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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