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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올랐는데 내 은행 예금 이자율은 ‘굼벵이’

2017-02-21 (화)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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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올랐는데 내 은행 예금 이자율은 ‘굼벵이’

전문가들은 시중은행 예금 이자율이 본격적으로 오르려면 기준 금리가 적어도 2~3차례 더 인상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지난해 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올해 중 아마 약 3차례정도 기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여지까지 남겨 두었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소비자 경제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은행 예금 이자율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기대감에 은행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중 은행 예금 이자율은 이렇다 할 상승 움직임이 전혀 없다. 초저금리 시대는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시중은행 예금 이자율이 여전히 ‘복지부동’의 자세인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 예금 이자율이 상승세를 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 금리 인상과 은행 예금 이자율 인상 시기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은행 측의 수익 전략 때문이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예금 이자율 대신 대출 이자율을 먼저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 이자율 인상을 통해 대출 수익을 확보해야 고객들에게 돌려줄 예금 이자율을 올릴 수 있는 여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은행 예금 이자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뜸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준 금리가 적어도 2차례 정도 더 인상돼야 시중 은행 예금 이자율도 상승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시중 은행 예금 이자율의 이렇다 할 상승 움직임은 없지만 지난달 매우 미미한 상승세가 감지됐다. 금융정보사이트 ‘디파짓어카운트닷컴’(DepositAccounts.com)이 전국 약 8,000개 은행과 크레딧 유니온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 예금 계좌에 적용되는 평균 이자율이 지난해 12월 약 0.179%에서 1월 약 0.18%로 올랐다. 상승폭이 매우 미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이자 수익 폭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만약 세이빙 계좌에 1,000달러의 예금이 있는 은행 이용자는 1년 만에 이자액이 1달러79센트에서 1달러 80센트로 1센트 오른 것에 불과하다.

‘양도성 예금증서’(CD)에 적용되는 이자율도 미미한 수준으로 올랐는데 상승폭은 일반 예금에 비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전국 규모 은행이 발급하는 1년 만기 CD의 평균 이자율은 지난해 12월 약 0.86%에서 약 0.88%로 상승했다. 만약 1% 이상의 이자율을 기대한다면 만기가 적어도 5년이 넘는 CD 상품에 투자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5년 만기 CD에 적용되는 평균 이자율은 약 1.4% 수준이고 약 2%에 가까운 이자율을 제시하는 일부 공격적인 은행도 늘고 있다.

그러나 수년간 제자리걸음만 하던 은행 예금 이자율이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이면서 은행 이용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켄 투민 디파짓어카운트닷컴 설립자는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은행 대출 수요가 높아진다”며 “대출 수요 증가가 본격화하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은행들의 예금 이자율 인상 경쟁이 시작된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은행 예금 이자율은 여전히 ‘초저금리 시대’에 머물고 있지만 높은 이자율에 목마른 소비자들은 인터넷 은행을 공략해 볼만하다. 인터넷 은행은 오프라인 은행들과 달리 지점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공격적인 이자율을 제시하는 은행이 많은 편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5년 만기 CD(최소 예금액 2만5,000달러) 상품에 약 2%가 넘는 이자율을 지급하는 인터넷 은행도 등장했다.

예금 이자율이 낮은 시기에는 CD ‘사다리 타기’ 전략도 이자율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사다리 타기 전략은 투자금을 CD 상품 한곳에 집중 예금하지 않고 만기가 다른 여러 CD 상품에 분산 예금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3만달러의 자금을 만기 1년, 2년, 3년 CD 상품에 분산 예금해 유동성을 확보한 뒤 1년 만기 CD가 돌아오면 3년 CD에 다시 예금하는 방법으로 고이자율을 노리는 전략이다.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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