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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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냐 컴퓨터냐

2017-01-31 (화) 김용제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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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컴퓨터 ‘알파고’가 세계바둑챔피언 이세돌과의 바둑대결 다섯 번에서 네 판을 이겨, 한 판은 이세돌의 체면을 봐 일부러 저주었다는 사건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이렇게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 지식의 수백수천 배를 지닐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IBM사에서 의료용으로 개발해 ‘왓슨’이라고 부르고 있다.

왓슨의 특징은 보통 쓰는 일반용어로 질문을 하면 같은 말로 대답을 해주는 아주 user friendly한 점이다. 이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는 약 책 500만권에 달하는데 그 중 백만권의 정보를 토대로 대답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초라고 한다.


처음 나온 왓슨은 폐암치료에 국한된 것으로 2012년에 Cleveland Clinic, 2013년에는 뉴욕의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에 도입됐었다. 그 후 다른 암 종류도 취급하는 왓슨이 개발되어 지난해 인도의 한 병원이 도입한 것은 두번째이며 한국 인천지역의 가장 큰 종합병원인 길병원이 지난해 11월에 도입하였다.

길병원에서 두달간 왓슨을 사용한 경험이 알려져 주목을 끌었다. 한 예로 유방암으로 유방절제를 받은 한 환자의 정보를 입력한 후 나온 치료법은 유방 옆 겨드랑이에 암전이가 검사에는 안 나타났지만 만일의 전이를 고려해 겨드랑이에 방사선 치료를 추천한 반면 담당전문의는 그와 다른 항암 악물치료를 추천한 것이다.

그 동안 대장, 위, 폐, 유방, 자궁경부 등 다섯 종류의 암환자 85명에 관해 왓슨이 내놓은 치료법과 의료진의이 내놓은 치료법이 다르게 나왔을 때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었더니 환자들이 택한 쪽은 모두 왓슨이었다는 점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컴퓨터에 의존해 살고있는지가 드러났고 전문가의 체면은 다소 구겨진 셈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다시 대결한다고 할 때 어느 쪽에 돈을 걸 것인가 하면 이세돌에 걸 사람은 없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벌써 다른 병원의 환자들이 왓슨을 찾아 길병원으로 몰려간다고 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자는 병이 든 애완동물이나 고장난 기계가 아닌 사람인 고로 환자의 심리, 정신, 가정, 경제 등 개인적 사정을 고려할 때 300만불짜리 컴퓨터의 추천을 맹목적으로 택하기보다 이를 수정하거나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더 적절하고 현명할 때가 있을 것이니 주치의는 왓슨이 아니고 담당의사여야 한다는 점이다.

<김용제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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