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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도 이제 ‘핑크 칼라’ 직업에 도전할 때

2017-01-16 (월)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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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남성 직업‘블루 칼라’업종 소멸 불가피

남성들도 이제 ‘핑크 칼라’ 직업에 도전할 때

여성 위주 직업에 대한 남성들의 고정관념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남성 위주 블루 칼라 직업이 점차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남성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지배해 온 블루 칼라(blue collar) 직업이 크게 감소하며 남성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가장 큰 화두인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남성들이 종사해 온 단순 반복 노동 일자리가 기계와 컴퓨터에 의해 빠르게 대체 중이다. 남성들도 이제 여성 위주인 핑크 칼라 직종에 뛰어 들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지만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성들의 직업 전환을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 타임스가 연방 노동청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 사이 가장 많이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은 열차 기관사로 약 70%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도 차량 수리 관련 직업 역시 같은 기간약 50%나 감소할 전망으로 두 직종 모두 남성 종사율이 각각 약 96%와 98%로 남성의 대표적인 직업이다.

반대로 앞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직업은 간병인 등 건강 조무사로 종사자 약 90%가 여성일 정도 대표적인 여성 직업이다.


갈수록 일자리를 잃고 있는 남성들이 여성 직업군인 핑크 칼라 직종에 도전하면 직업 안정성과 임금 인상도 기대되지만 아직까지 이직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남성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음에도 선뜻 이직을 결정하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핑크 칼라 직종의 초봉 수준이 블루 칼라에 비해 낮고 담당하는 일이 여성스럽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도 남성들이 쉽게 이직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빗 오터 MIT경제학자는“ 사라져가는 일자리와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성격이 매우 다르다”며“ 현재 일자리를 빠르게 잃고 있는 저학력 남성들이 새 일자리로의 이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큰 우려사항”이라고 뉴욕 타임스와 의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반면 단순 노동직 종사 여성들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감소를 경험해야 했지만 기존의 고정 관념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이직에 성공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일자리 감소에 연연하지 않고 대신 대학 학위를 수여하거나 직업 전문학교를 수료한 뒤 기존 남성들 위주였던 직업에 뛰어든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성만의 직업으로 여겨졌던 변호사 세계는 이제 여성들의 비율이 훨씬 높아졌을 정도로 남녀구분이 무너진 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의 이직 성공 사례처럼 남성도 여성 위주의 직종에 뛰어들면 승진과 임금 인상도 빠르다는 이른바 ‘유리 천장’ 현상이 공공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쉽게 깨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앤드루 셜린 존스홉킨스대학 사회학자는 “전통적인 남성성이남성들에게 필요한 이직을 가로 막고 있다”며“ 고용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문화적 인식 차이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남성들이 고정 관념을 깨고 여성위주 직종에 도전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애크런 대학의자넷 딜 사회학자는 “남성들이 핑크칼라 직종에 종사하면 여성스럽다는 인식을 쉽게 떨쳐내고 남성 위주의 직종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남성들이 여성 직종에 진출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딜 사회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이 여성위주의 건강 조무사 직종에서 일을 시작할 경우 기존 남성 중심의 블루칼라 직종에서 일할 때보다 약 10% 낮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블루 칼라 직종은 이제 사라져 갈 위기에 놓인 반면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는 건강 조무사의 경우 초봉은 낮지만 점차 임금 인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문직 의료 서비스 직종은 일반 건강 조무사보다 남성들에게 더 밝은 전망을 제시한다. 초음파 검사 기사와 같은 직종은 일정 훈련이 필요하지만 대학학위는 요구되지 않는다. 건강 조무사와 달리 환자를 직접 상대해야 할 일이 적어 남성에게 적합한 직업이고 블루 칼라 직종에 비해 임금 수준이 약 22% 높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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