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전투기는 날아오는데…

2017-01-1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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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할까.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 중국성토장 같다고 할까. 어느 정도 예상은 됐었다. 그러나 ‘먼저 중국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는 발언부터 예상을 벗어났다. 한마디로 직격탄이었다. 이어진 대 중국 발언도 내내 초강경모드였다.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지가 전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 상원청문회 분위기다.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 조성을 중지하라는 시그널을 분명히 보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불법으로 조성된 그 인공 섬으로의 접근도 봉쇄해야 한다.” 이를 단순한 강경발언으로 보지 않았다. 미국의 종래 대 중국정책과 결별을 고하는 충격적 사태로까지 포린 폴리시지는 해석했다.


틸러슨 뿐이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장(CIA) 지명자도 강경수사로 일관했다. 동맹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발언이지만 하나 같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워싱턴 발(發)로 전해진 중국을 향한 정치 외교적 경고사격. 그 타이밍도 그렇다. 중국 핵 폭격기 등 10대의 군용기가 제주 남방의 한국항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그 다음날에 나온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Anything But Obama’- 트럼프 진영의 모토다. 그 오바마 행정부가 대표적 해외정책으로 내세운 것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이다. 때문에 Asia Pivot은 파기될 것이라는 것이 그 동안의 관측이었다.

그 관측이 틀렸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닐까. 정반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아시아 개입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니까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정책 보다 더 강력한 대 중국 견제정책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 안보라인뿐이 아니다. 경제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비난하면서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왜. 대 중국 강경론자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인가.

충동적 발언이 아닌 면밀한 계산에 따른 판단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멈추었다. 동력을 상실해 부담만 된다. 21세기는 여전히 미국의 세기라는 계산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에서 계산된 행동인 것이다.

보수 싱크 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오슬린의 ‘아시아 세기의 종언’도 같은 맥락의 논조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가 맞은 위기를 논했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중국 문제 백서’같이 보인다.


경제발전의 기적은 끝났다. 고령화와 함께 인구는 줄고 있다. 정치 혁명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나토 같은 지역 내 문제 해결의 제도가 미비 되어 있다. 그리고 전쟁 등 갈등의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반면 안보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아시아가 맞은 리스크를 이같이 대별하면서 중국이 그 위험 요인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안보문제가 그렇다. 공격적이다. 강압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현상(status quo)을 변경시키려고 든다.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에서 ‘완력자랑을 하고 있는 중국’을 아시아지역이 맞고 있는 안보문제의 근인(近因)이자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국의 경제가 성장을 멈추었다. 관련해 예상되는 것은 국내정치 불안정성의 가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간 20만 건 이상의 시위, 소요가 발생해왔다. 그나마 그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운 것은 경제성장이다. 그 경제가 더 나빠질 때 어떤 상황이 올까. 사회불안의 확산이다.

그 건강치 못한 중국은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산당 지도부는 심각해진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외적 충돌을 야기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특히 올 하반기로 예정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앞두고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이런 분석도 나온다. 국내불안이 계속 가중된다. 그와 반비례해 중국공산당체제는 숨 막히는 독재체제로 전이될 수 있다. 북한체제를 닮아 간다는 것이다.

사드배치를 놓고 한국의 군사주권을 제멋대로 농락하는 것도 모자라 떼를 지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들. 이 역시 중국의 그런 내부적 기류와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 할 수도 있다.

거기다가 한반도 안보상황을 더 불안케 하는 것은 북한이란 변수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국면이란 틈새를 노려 북한의 핵 내지 대륙간탄도탄 실험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새삼 강조되는 것은 한미동맹 강화다. 국정마비 상황에서는 특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방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의 견고함과 사드 배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은 그런 면에서 나름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탄핵은 탄핵이고 국가안보는 국가안보다. 탄핵된 권력이라고 그 정책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분별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결코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는 그런….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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