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칩카드, 긁어? 꽂아? 사용 헷갈려

2016-12-07 (수)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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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업소“문제 많다”매그네틱 방식 고수

▶ 한국서 발행 칩카드 결제 안돼 불편 호소

칩카드, 긁어? 꽂아? 사용 헷갈려
“긁어? 꽂아? 칩카드 사용 헷갈리네…”

매그네틱 방식이 아닌 데빗·크레딧카드에 마이크로칩이 내장된 EMV 칩카드(이하 칩카드) 단말기가 한인업소들에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칩카드 사용과 관련, 많은 한인 소비자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칩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업소 중 상당수가 고객에게 카드를 꽂지 말고 긁도록 요구하고 있어 적잖은 소비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김모(38)씨는 LA 지역의 한 주유소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려고 칩이 내장된 비자카드를 카운터에 설치된 칩카드 단말기에 꽂으려다 캐시어로부터 “카드를 꽂지 말고 긁어라”는 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칩카드 단말기인데 왜 카드를 긁어야 하느냐”고 묻자 캐시어는 “칩카드는 문제가 많다. 매니저가 그렇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칩카드가 기존 매그네틱 카드보다 안전하다는 뉴스를 줄곧 접해왔는데 엉뚱한 말을 들어 황당했다”며 “업소 종류에 상관없이 칩카드 단말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카드를 단말기 슬롯에 꽂는 게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발행된 칩카드가 결제되지 않아 불편을 겪은 한인도 있다. 박모(59)씨는 “한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타운내 일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친구가 한국 내 은행이 발행한 비자 칩카드로 계산하려 했으나 메니저가 카드가 결제되지 않는다고 말해 내가 미국 카드로 돈을 냈다”며 “이틀 뒤 타운 내 다른 식당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업소들이 의무적으로 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0월1일부터 기존의 매그네틱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다 사기성 거래가 발생할 경우 카드회사나 은행이 아닌 업소측에 금전적 책임이 돌아가기 때문에 규모에 상관없이 한인업소들도 경쟁적으로 칩카드 단말기를 도입하고 있다.

뱅크카드 서비스 미셸 신 부사장은 “만약 업소에 칩카드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카드를 꽂아서 결제할 수 없다면 단말기 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이어 “한국서 발행된 칩카드가 미국에서 프로세싱이 안 되면 카드를 발행한 은행이 해외결제를 블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며 카드소지자가 은행측에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김스전기 최영규 매니저는 “칩카드 단말기 보급 초기에는 결제시간이 긁는 방식보다 몇 초는 더 걸렸는데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지금은 긁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며 “칩카드 사용이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데빗·크레딧카드의 경우 칩이 없는 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만약 고객이 칩이 없는 카드를 건네고, 칩카드 단말기 화면에 ‘Insert card‘ 메시지가 뜰 경우 절대 카드를 받지 말 것”을 조언했다.

한편 주유소들의 경우 일반 업소와는 달리 개스펌프 내 칩카드 단말기 도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유소당 적게는 수만달러, 많게는 10만달러 이상의 엄청난 하드웨어 교체 비용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비자·매스터카드는 주유소들의 펌프 내 칩카드 단말기 설치 기한을 2017년 10월1일에서 3년 뒤인 2020년 10월1일로 연장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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