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년기 결혼상태 봤더니 남녀간 차이 뚜렷

2016-10-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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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기관 보고서 “결혼비율 남자가 훨씬 높아”, 85세 이상 배우자와 사는 남자 60% 비해 여자 17% 男 1명당 女 3.27명꼴… 남자들이 재혼 많은 탓

▶ 이혼·사별 후 싱글 여성은 재정적 어려움에 취약 독신 남성은 챙겨주는 사람 없어 건강에 직격탄

노년기 결혼상태 봤더니 남녀간 차이 뚜렷

남성 노인은 아내를 잃었을 때 독신으로 살기보다 재혼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노년층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이 기혼상태임을 알려주는 통계자료가 나와 주목을 끈다.

연방기관의 최근 보고서(Older Americans 2016)에 따르면 노년의 모든 연령층에서 남자들은 여자보다 훨씬 더 많이 결혼한 상태로 살고 있다. 이 기관은 노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주택과 취업 여부로부터 여가생활에 이르는 모든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65~74세 노년층에서 남자는 4분의 3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비해 여자는 58%만이 결혼한 상태였다. 75~84세 그룹에서도 남자는 같은 비율로 기혼자였으나 여자는 42%로 줄어든다. 85세 이상의 남자는 약 60%가 결혼해 있으나 같은 나이의 여자는 17%만이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남녀의 기대수명이 다르다는 사실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루트거 대학 건강연구소의 관장대행 데보라 카는 말한다. 여자는 보통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데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에 결국 더 많이 과부가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요소가 있다고 데보라 카 박사는 지적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재혼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싱글 노인의 남녀 성비는 남자 1명당 여자 2.55명이다. 85세가 넘어가면 싱글 남자 1명당 여자는 3.27명으로 늘어난다. 결국 남자가 재혼하기를 원하면 선택의 대상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 중에 혼자 사는 남자는 23%였고, 싱글 여자는 그 두배였다. 물론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독립적이 되고 사교생활에도 적극적이며 혼자서도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남자들은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독신 여자노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자신이 재정 기반을 갖지 않은 한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혼과 사별 후 생활이 궁핍해진다. 보스턴 대학의 은퇴연구센터 소장 앨리샤 머넬의 추산으로 노년 빈곤층 비율은 8% 정도인데 이중 여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

텍사스 대학의 인구연구센터 소장 데보라 움버슨은 “이혼과 사별은 건강에도 직격탄을 날린다”고 말한다. 이 경우 특히 남자들에게 더한데, 이유는 대개 가정에서 건강 문제를 챙겨주는 사람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의사와의 약속을 정해주고 약을 챙겨주고 식단을 책임지는 일을 대부분 여자가 하기 때문에 아내가 죽었을 때 남자들은 건강도 엉망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자도 건강이 나빠지게 된다. 경제적인 궁핍이 건강에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너싱홈에 가보면 할머니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여자노인의 수명이 길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혼자 살기 때문에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가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브라운 대학의 노인학자 수잔 밀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남편이 없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남편이 있는 환자보다 훨씬 더 빨리 너싱홈에 입소한다.

메릴랜드 주 체비 체이스에 사는 게일 슈워츠는 혈관성 치매를 앓는 남편이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집에서 살다가 죽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5년이나 참혹하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늘 보던 사물들과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때 더 편안해하곤 했어요. 그래서 그를 보내지 않겠다고 내가 원해서 계획했던 일이죠. 아마 나의 친구들도 자기 남편을 위해 똑같은 삶을 선택할 겁니다”그녀는 처음에 남편을 혼자 돌보다가 도저히 힘에 부치자 간병인을 고용했다. 그녀의 노력에 힘입어 남편은 2015년 7월 85세를 일기로 자택에서 평안히 영면에 들었다.

지금 79세인 슈워츠 부인은 아직도 그 상실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오래 전에 그녀가 열심히 했던 활동들로 돌아가는 중이다. 자원봉사 일을 하고 수영과 산보, 그리고 독서 그룹에 나가 토론하면서 지내는 그녀는 주변에 친구와 가족들도 있어서 혼자 살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됐을 때는 자기가 남편을 위해 해줬던 것처럼 그녀에게 해줄 사람이 집에 없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여러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여자는 노년에 혼자가 됐을 때 오히려 더 활기찬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다. 데보라 카 박사가 실시한 디트로이트 지역 노인들의 연구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했던 여성일수록 남편을 잃고 나면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카 박사는 “처음에는 삶의 기술을 새로 배워 나가야 하지만 1년 이내에 개인적으로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사실 많은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부부 간의 갈등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게다가 여자들은 사회적 유대가 남자보다 강해서 여러 종류의 모임과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친분과 유대감을 쌓게 된다. 또 여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 문제를 다루는 데 본능적으로 뛰어나고, 성인이 된 자녀들과의 관계도 남자들보다 더 친밀하게 유지한다.

그런데 이같은 노년에서의 성에 따른 기혼여부의 차이는 앞으로 달라질 지도 모른다. 한 예로 50세 이후 이혼하는 비율이 1990년대 이후 2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혼한 사람들은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보다 재혼하려는 경향이 훨씬 높다. 따라서 향후 미국사회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혼에 대해 관대한 정서와 여성 노동력의 증가 등 사회문화적 변화들도 이제 노년층에 이른 베이비부머 세대와 그 자녀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새로운 추세를 가져올 것이다.

가족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도 점차 사라지고 헬스케어 시스템에서도 큰 변화를 목도하고 있어 개인적인 삶의 내용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인종과 민족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흑인과 히스패닉 노인들은 기혼 여부와 관계없이 재정 빈곤에 직면할 가능성이 다른 인종보다 높은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노인여성들은 “내가 이 나이에 매일 저녁 누군가의 저녁 식사를 만들어줘야 하겠나”라고 말한다. 그런 한편 텅 빈 집에 찾아오는 고독 역시 반가운 친구는 아니다.

현대사회는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 유동적인 미래세계에 노인들의 개인적인 삶과 인간관계도 어떻게 달라질지 지금 예측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노년기 결혼상태 봤더니 남녀간 차이 뚜렷

대부분의 여성 노인들은 이혼과 사별 후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그림 David Plunk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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