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투표 헷갈려’ 안내서가 무려 244페이지

2016-10-21 (금)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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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의안 너무 많고 내용파악 힘들어… 한국어 번역책자도 쉽게 이해 안돼

▶ 민족학교 등 한인유권자 대상 교육

‘투표 헷갈려’ 안내서가 무려 244페이지

20일 민족학교 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한인 유권자들의 문의에 답하며 우편투표 요령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올해 초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주부 에이미 김(45·LA)씨. 김씨는 이번 11월 선거에서 미국 이민 후 첫 투표권 행사를 위해 지난달 유권자 등록을 한 뒤 우편투표를 신청했고, 며칠 전 선거관리국으로부터 집으로 우송돼 온 우편투표 용지를 받고 미국에서 첫 투표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고 한다.

그러나 투표용지를 펼쳐 본 김씨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식 투표용지가 낯선 데다가, 대통령 후보 등 항목은 그런대로 알 수 있었지만 주민발의안들에 대해 찬반 선택을 해야 하는 페이지들에서는 발의안 수가 너무 많은 데다가 설명도 너무 어려워 도저히 내용을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씨는 “골치가 아파 투표를 며칠 미루다가 한인 비영리단체에서 제작해 배포한 유권자 안내서를 구해 참고한 뒤에야 기표할 수 있었다”며 “영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관리국에서 보내준 투표 안내책자는 분량이 지나치게 많고 설명도 쉽지 않아 사실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투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오는 11월8일 열리는 선거가 1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열띤 대선 선거전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총선거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상정된 캘리포니아주 발의안과 로컬 발의안 등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보니 투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 유권자들이 많아 선거관련 정보를 꼼꼼히 파악한 뒤 한 표를 행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선거에서는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의원, 주 상·하원의원 등 주요 선출직 공직자 선거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이 17개나 상정돼 있고, LA시 거주 한인들의 경우 로컬 발의안도 7개가 올라가 있어 투표용지가 매우 복잡하다.

이렇다 보니 캘리포니아주 총무처가 발생한 선거 안내책자는 내용이 총 244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분량이 많고, 한국어로 번역된 설명 책자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표 헷갈려’ 안내서가 무려 244페이지

이뿐만 아니라 LA 지역에서도 판매세 인상, 노숙자 지원 공채발의안 등 찬반 양론이 뜨거운 핫이슈들이 많아 한인 유권자들이 이들 발의안의 내용과 영향을 제대로 알고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인 유권자들이 선거관련 정보를 적극 찾아서 정확히 알고 가정 내에서 선거 참여에 대한 토론 등을 통해 ‘알고 투표하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연합회와 민족학교 등 한인 비영리단체들도 한인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선거정보 전달을 위해 유권자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유권자 교육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가주 주민발의안의 경우 1회용 플래스틱 봉지 금지와 관련된 발의안이 2개나 동시에 상정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등 상당수 발의안들의 취지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한 뒤 찬반 선택을 해야 한다.

주 의회의 법 제정으로 지난 2015년 7월1일부터 주 전역 대형마켓 등에서 1회용 플래스틱 백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가운데, 발의안 67은 이 금지법의 효력이 계속되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내용이다. 즉 발의안 67에 찬성(yes)을 하면 플래스틱 백 사용을 계속 금지하도록 지지하는 것이고, 반대(no)를 하면 플래스틱 백 사용을 다시 허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 발의안을 추진한 플래스틱 백 제조업계는 여기에 더해 마켓들이 재활용 봉지를 개당 10센트씩 판매해 거둬들이는 수익의 용처를 제한하는 내용의 발의안 65까지 함께 상정해 유권자들의 혼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발의안 65에 찬성표가 더 많아 통과되면 마켓들은 더 이상 재활용 봉지 판매수익을 갖지 못하고 환경기금으로 넘겨야 한다 스티브 강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은 “LA카운티 선거관리국은 영문으로 된 책자를 먼저 배포한 후 그 외 언어로 된 안내책자를 순차적으로 배포하고 있다”며 “유권자 등록 당시 한국어 박스에 체크하지 않은 유권자들도 카운티 선거국에 전화해서 요청하거나 한미연합회에 문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윤대중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 사무국장은 “지난 3개월간 6,500여명의 유권자가 민족학교를 통해 유권자 등록을 마쳤으며 가주 전역 7만5,500명에게 투표 독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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