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두고 "국가적 망신"(national disgrace), "국제적 왕따"(international pariah)라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사실은 14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매체는 러시아 정보 당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 조직 DC리크스닷컴이 입수한 파월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을 인용 보도했다.
파월 전 장관은 NBC방송에 이메일을 보내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해커들이 더 많은 내용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전 장관은 지난 6월 17일 자신의 보좌관을 지냈던 언론인 에밀리 밀러에게 보낸 이메일에 "공화당 대선 후보가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그를 공격할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는 국가적 망신이자 국제적 왕따"라고 비난했다.
지난 8월 21일에 보낸 이메일에는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종차별적인 주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 같은 얘기를 계속할 수 없게 되자 트럼프는 오바마가 무슬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는 파월 전 장관의 이메일 내용에 대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파월 전 장관이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에 연루된 데 당혹감을 나타낸 이메일도 이번에 유출됐다. 앞서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과 관련,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으면서 전임자 파월로부터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게 좋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파월 전 장관은 지난 4월 민주당 인사에게 보낸 이메일에 "나를 끌어들이는 것은 실수하는 거라고 힐러리 부하들에게 거듭 얘기했는데 그들은 여전히 (나와 연결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 23일자 이메일에는 "(클린턴은) 내게 어떠한 조언을 받을 필요도 없었고 허락을 구할 이유도 없었다. 그는 이미 그걸(개인 이메일 사용) 하고 있었다"며 "나는 그에게 내가 어떻게 했고 왜 그랬는지 글로 쓰여진 가이드를 줬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파월 전 장관은 1989~1993년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제12대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지냈고 2001~2005년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제65대 국무장관직을 역임했다. 그는 자신을 공화당원이라고 표현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2차례 지지한 바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