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U 지도자들 잇따라 ”EU 군대 창설해야”…현실성 있나

2016-08-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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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문제·러시아위협 가중되면서 군대 필요성 대두

▶ 브렉시트 맞물려 주목…회원국들, 국방주권 포기할까

EU 지도자들 잇따라 ”EU 군대 창설해야”…현실성 있나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견중인 헝가리·체코·폴란드 총리

유럽연합(EU) 내 주요 지도자들이 최근 잇따라 EU도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우리는 안보에 우선권을 둬야 한다. 그러므로 유럽 군대를 공동으로 창설하는 것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체코의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총리도 "유럽 군대를 창설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자"며 오르반 총리 주장을 거들었다.


앞서 금주 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3국 정상회담에서도 3국 정상은 EU는 국방과 대테러 전쟁에서의 정보에 대한 협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국방과 대테러 전쟁에서) 나머지 수단과 군사력에 있어 더 크게 조율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원한다"고 말해 EU 군대 창설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EU 집행위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도 러시아나 그 밖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군대를 만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EU에서 군대 창설 주장이 나오는 것은 난민 문제와 같은 국제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점차 가중되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EU는 그동안 경제 통합, 화폐 통합을 이룬 데 이어 정치·외교통합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지만, 아직 국방 즉 군대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논의의 진전이 없었다.

EU가 독자적인 군대를 갖는다는 것은 유럽의 통합이 완성돼 연방제와 같은 사실상 단일국가 체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회원국들은 독립국으로서 주권의 핵심인 국방에 대한 권한과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영국을 비롯해 일부 회원국들은 이런 구상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EU는 군대 창설 논의에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한 가지가 자동 해소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상황에 EU 군대 창설 목소리가 다시 제기된다는 점은 향후 논의 전개와 관련해 주시할 대목이다.

EU 지도부와,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내달 중순 슬로바키아에서 비공식 회동을 하고 브렉시트 이후 EU의 대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이때 EU 군대 창설 문제가 의제로 오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U의 군대 창설은 또 미국이 주축이 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유럽이 점차 의존도를 줄여간다는 의미도 있다.

EU는 2차 대전 이후 안보문제를 전적으로 나토에 의존해 왔는데, 군대를 갖게 되면 미국과 새로운 방식의 안보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EU 군대 창설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EU가 군대를 만들기 위해선 EU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로썬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례로 EU는 현재 군대는 아니지만 1천500개 전투그룹 형태의 공동방위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실전에 배치된 적은 없다.

크리스토퍼 메이어 전 워싱턴주재 영국대사는 예전에 "EU가 군대를 창설하기 전에 돼지가 하늘을 날 것(EU의 군대 창설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영국언론은 전했다.

다만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더욱 노골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의 주장대로 유럽의 소극적 기여를 이유로 미국이 유럽의 안보에서 손을 뗄 경우 유럽의 자구책 중 하나로 EU의 군대 창설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은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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