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옛 소련)의 거장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1916∼1985)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사진)이 전세계 동시 발매된다.
길렐스는 뛰어난 기교와 강인한 힘, 절제된 연주로 ‘철의 타건’, ‘강철의 피아니스트’로 불린 전설적인 연주자다. 바흐,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 바로크부터 고전, 낭만시대 레퍼토리를 폭넓게 아우르며 뛰어난 연주를 들려줬다.
지난 19일 유니버설 뮤직이 발매한 이 기념 앨범은 길렐스가 다섯 번째로 미국 연주여행을 하던 중인 1964년 12월 6일 시애틀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주한 실황을 담은 것으로 이전까지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는 미발매 녹음이다.
당시 길레스는 개인적 목적으로 전문 장비를 사용해 연주 실황을 녹음했다. 녹음의 판권은 길레스의 제자였던 피아니스트 펠릭스 고트리프(Felix Gottlieb)가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세계적 클래식 음악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이 양도받아 세상에 공개하게 됐다. 코트리프는 2009년에 에밀 길렐스 재단을 창단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에밀 길렐스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다.
음반은 시애틀 공연 프로그램을 충실히 반영했다. 베토벤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비롯해 쇼팽의 ‘자 우리 두 손을 맞잡고’ 주제에 의한 변주곡,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드뷔시 ‘영상 1권’ 등 길렐스의 주요 레퍼토리가 당시 공연 연주 순서에 따라 수록됐다. 쇼팽의 발라드 1번은 원본 테이프에서 몇 초가 누락돼 빠졌으나 앙코르곡인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중 러시아의 춤’, 바흐의 ‘전주곡 B단조 BWV855’ 등은 오롯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