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인생의 한 작은 점이다.
좋은 대학에서 인기높은 전공을 공부하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취업이 훨씬 용이할 수 있고,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세상을 크게 보면 인생의 가치는 명예와 물질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도 제대로 직장을 찾지 못하거나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부모의 집에 얹혀 살며 경제적 도움을 받기도 한다. 더욱이 자녀가 성인이 돼서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 제 자리만 뱅뱅 도는 모습은 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자녀교육은 자녀가 스스로 자신감과 책임감, 도전정신을 갖도록 하되,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고 열심히 자기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목표는 상당 부분 대학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이를 위한 인위적인 스펙쌓기에 올인을 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란 글에서 이것 저것 다 파는 식당보다 전문요리 한두 가지를 아주 잘하는 식당이 더 유명하듯 아이들을 키울 때는 모든 과목을 잘하도록 요구하는 것보다 잘하는 분야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학부모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또 “사회봉사활동을 점수 때문에 시작했어도 하다 보면 봉사활동 자체에 의미를 느끼고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자비심을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된다”며 “그래서 좋은 일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시작했든 상관없이 무조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혜민 스님이 특히 강조한 것은 “정해진 틀 속에서 경쟁하는 법만 배우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삶을 즐기는 법, 남을 존중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며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법이나 재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혜민 스님의 말씀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것이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잊고 지냈고, 무시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간과했던 것들을 가만히 돌이켜 보면 자녀들의 교육, 입시준비에 대한 생각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우선 자녀의 위치와 능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현 시점에서 최선의 방향을 잡을 수 있고, 올바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실력과 능력이 부족한 아이를 무조건 몰아붙인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바뀔 수는 없다.
대신 자녀와의 소통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것, 해낼 수 있는 것을 찾아내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열정이 무엇인지도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자녀의 미래는 자녀의 것이지, 부모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자녀가 보다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너무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자녀의 재능과 관심이 왜곡돼 버리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컨설팅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학생들과의 대화이고, 이는 입시가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진다.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학생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 보기 위함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여리고, 예민하면서도 생각이 바뀌는 빈도 또한 많기 때문에 하나씩 정리하며 이 학생에게 가장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입시준비를 진행하려면 대화는 사실상 컨설팅의 핵심인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이 학생에게 맞는 최선의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 입학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하는 게 바로 우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입시 시즌이 시작된다. 매년 같은 얘기지만 내년 가을학기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다. 그리고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조바심도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혜민 스님이 책 제목처럼 잠깐만이라도 모든 것을 멈추고 생각을 해 본다면 입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자녀는 끝까지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부모는 자녀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현실을 벗어난 막연한 이상을 갖지 않으며, 어떤 결과라도 그것이 끝이 아닌 한 점의 마침표이자 동시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는 마음을 가질 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입시 스트레스는 외부의 영향 보다는 내부에서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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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김 시니어 디렉터 어드미션 매스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