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P “유럽에서 사용해온 전술을 미국까지 확대한 것”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 배후로 러시아 해커들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DNC 해킹은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지난 수년간 유럽에서 사용해온 전술을 미국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포린폴리시(FP)가 25일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 내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해킹과 첩보작전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왔으며 이러한 전술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럽 각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러시아 측의 다분히 모호한 이러한 작전들을 탐지하고 대처하는 데 애를 먹어왔다고 FP는 지적했다.
유럽 내 상당수 극우정당이 반 유럽연합(EU) 통합 노선을 표방하면서 심정적으로 러시아 측과 통해있으며 푸틴이 이들 정당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푸틴은 여기에 정보전을 통한 현지 여론 조성에 주력하는 한편 과거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에는 직접 중앙선거위 시스템에 침투해 친러 후보가 당선되도록 개표 조작까지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패로 끝난 터키의 쿠데타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사전 정보를 에르도안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는 설도 같은 맥락이다.
DNC 해킹은 푸틴의 이러한 수법이 미국에까지 진출한 첫 사례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피델리스 사이버시큐리티의 저스틴 하비 소장은 "단지 정보를 수집, 분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무기화 또는 한 나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시도"라고 규정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DNC 해킹 사건은 미국이 이미 러시아와의 정보 냉전 시대에 돌입했다는 증거라면서 러시아는 미국이 여러 다른 국제사안에 바쁜 사이 여전히 미국에 정보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미 대선전을 앞두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역할에 의문을 나타내는 등 푸틴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만약 그가 당선될 경우 러시아 측에 상당한 소득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지지에 나선 푸틴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개인적으로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푸틴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이던 지난 2011년과 2012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반푸틴 시위 배후에 클린턴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러시아 정보기관들은 이미 미국 정부 내부 통신망에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국무부 고위관리와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간의 통화 내용을 폭로해 미국과 EU간 '이간질'을 시도한 바 있다.
피델리스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사이버 보안업체들은 DNC 해킹에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군정보국(GRU)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F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지난달 DNC 서버에 침투한 그룹 중 하나는 '코지 베어' 또는 'APT 29'로 알려진 해킹 그룹이라고 밝혔으며, '팬시 베어' 또는 'APT 28'로 알려진 또다른 그룹도 4월 시스템에 침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자들과 사설 보안업체 등에 따르면 이들을 운영하는 주체가 바로 GRU와 FSB다.
FSB는 민주당의 이메일과 내부 통신을 감청하고 GRU는 공화당과 다른 단체의 통신을 맡아왔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은 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DNC 시스템에서 몇 달씩 적발되지 않았다고 이들 업체는 지적했다.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로 러시아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큰 파장과 함께 양국 간 정보냉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