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홈 인스펙션/창호지에서 이중창까지

2016-02-13 (토)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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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창호지를 바른 창문이 있을까. 예전에 그 흔했던 창호지 창문을 본지 오래됐다. 아마도 우리 고국의 저 깊은 산골짝 마을에는 아직도 분명 창호지를 바른 창문과 문이 존재할 터, 그저 생각만 해도 창호지 바른 고향집이 절로 그리워진다.

신혼방을 훔쳐보기 위해 창호지에 구멍을 내어 히히덕거리며 구경했던 일화들, 너널너덜해진 문종이에 창호지를 덧붙이시던 어머니, 문창호지에 생긴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겨울은 먼 옛날 시골시대의 애환이었다.

천년을 간다는 한지로도 불리는 창호지는 닥나무로 만들어진다. 한지가 창문이나 문종이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유는 질기고 수명이 오래갈 뿐만 아니라 보온성과 통풍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외에 빛과 바람, 그리고 습기와 같은 자연현상과 친화성이 강해 창호지로 많이 사용되었던 것이다. 또한 창호지 문은 문을 닫아도 바람이 잘 통하고 습기를 잘 흡수해서 습도조절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지와 양지의 질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명 서양종이인 양지는 나무 껍질의 목질부를 가공해 만든 펄프를 원료로 해서 기계를 통해서 제작되고 보존성이 짧은 반면, 한지는 강도가 뛰어난 닥나무 껍질에서 뽑아낸 인피섬유를 원료로 하여 사람의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져 오랫동안 살아 숨쉬는 종이로 존재하게 된다. 아울러 양지는 한지해 비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습기에 또한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창호지의 단열효과는 어떠한가. 물론 이중창에 비해 단열효과가 낮은 것은 맞다. 그래서 잘 지은 전통한옥은 외풍을 더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미닫이 문과 여닫이문을 만들어 동시에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프린터 복사지나 책, 노트 등에 사용되는 양지에 비해서는 훨씬 단열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창문은 유리로 되어 있다. 투명한 유리는 기원전 1세기 로마에서 만들어졌고 이를 창에 끼워 비바람을 막고 동시에 태양광선을 실내로 끄어들여 동절기에 추위를 막았다. 뭐니뭐니해도 유리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단열과 더불어 창문을 통해 창밖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오늘날의 강화유리에 비해 쉽게 깨질 수 있다는 단점을 아울러 가지고 있었다.

초창기에 창유리는 한지에 비해 제조가 어렵고 가격이 비싸 교회(성당), 왕족, 부호의 저택 등 극히 한정된 건물에만 사용되기 시작했다. 즉 일종의 사치품이었던 셈이다. 18세기에 이르러 값싼 방법으로 유리창을 제조하는 공법이 탄생하고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산업혁명은 유리창의 대량생산의 토대를 마련하였고 이후 유리창을 건축자재로 사용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대부분의 주택이나 건물에 이중창이 설치되어 있다. 본래 유리창은 햇빛과 공기가 통과하는 통로인지라 일반 벽에 비해 단열성이 많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냉난방 에너지의 30%정도가 창문을 통해 손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열효과 증진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이중창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중창의 주요역할은 온도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밖의 소음을 차단하는데 있다. 이중창은 복층유리로 두 장의 유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한 후 실리콘으로 밀봉하기 때문에 진공상태로 유지되고 유리와 유리사이에 일정한 공기층이 형성되어(때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르곤가스를 주입하기도 함) 단열 및 방음이 되도록 제작되어 있다.

홀겹유리 창문에 비해 설치비가 비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이중창이 단열효과가 뛰어나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더 절약할 수 있고 곰팡이(Mold)발생의 원인이 되는 결로현상방지는 물론 소음차단 효과가 단연 우수하다는 장점을 아울러 가지고 있어 요즈음에는 창문 교체시 이중창 설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중창의 단점으로 밀봉상태가 개봉상태가 될 경우 즉 어떠한 이유로 밀봉실리콘에 구멍이 생겨 진공상태로 있던 유리사이에 안개현상이 발생할 때 이다. 이러한 현상은 구멍으로 침투한 습기로 인해 생긴 흐림 현상인데 심한 경우에는 겨울에 아예 유리안쪽에 서리가 끼는 경우도 있다.

보통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건조한 날씨에 자연적으로 건조되기도 하나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 혹 눈오는 날이면 다시 흐려지는 현상이 반복됨으로 결국은 유리를 갈아 끼우거나 아예 창문을 교체하는 방법외 다른 대안이 없다.

요즈음에는 삼중창 창문도 제작되고 있는데 궁극적 이유는 단열효과와 소음방지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당연히 비싸다. 따라서 이중창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효과적인 단열을 원한다면 창문에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근래 단열 아이디어로 뜨고 있는 뽁뽁이(포장할 때 사용하는 에어 캡)등을 창문유리에 덧붙여 외풍과 냉기를 차단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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