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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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되도록 많은 시간 보내고 많이 대화하라

2015-12-28 (월)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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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직한 아버지의 역할-독서습관·TV시청 등 삶 자체가 무언의 교육

▶ 자질 발굴·진로지도 등도 주도적인 역할해야

자녀와 되도록 많은 시간 보내고 많이 대화하라

‘자녀는 부모의 자화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의 가이드와 조언 및 지도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결정된다. 한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모든 남자들은 결혼을 해서 자녀를 가지면 자동적으로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가 되기 위해 따로 훈련을 받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남성이 어쩌면 자식을 낳고 그때부터 허겁지겁 스스로 아버지가 되는 훈련을 받는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알게 모르게 받은 교육은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 지에 관해서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한국남성들이 권위적인 유교주의 문화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녀를 자율적으로 자유스러운 분위기 가운데 교육시키는 것에는 익숙지가 않은 편이다. 예전에 사뭇 권위주의적이었던 아버지상은 이젠 뒷전으로 물러나고 자녀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서는 아빠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민사회의 아버지가 자녀의 장래를 위해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자녀의 장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있다. 아버지의 지도와 영향은 자녀의 미래까지 결정한다.

# 올해 62세의 한인 남성은 외동딸의 소질을 어릴 때부터 눈여겨본 결과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등학교를 아예 팜스프링스 인근의 아이들리 와일드 미술전문 보딩스쿨로 진학시켰고 매주 한 차례씩 자녀를 한인타운의 한 미술학교 원장에게 데려와서 개인교습을 시켜 미술가로서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졌다.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아트&디자인 예술대학인 뉴욕 알프레드 대학을 졸업한 후 지금은 독일의 한 유명 디자인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고액의 연봉에 아파트 등을 제공 받으면서 도자기 디자이너로 맹활약하고 있다. 자녀의 능력과 적성에 기초한 아버지의 지극정성과 교육열이 결국 자녀를 국제사회를 넘나드는 프로페셔널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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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역할 재조명 필요

아버지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자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 앞에서는 냉수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녀 앞에서의 행동과 말이 조심스럽다는 것을 가르치는 경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릴 때 자녀들은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게 된다. 이때 의식적으로 자녀에게 교육을 하는 말보다는 바른 행동으로 보여주면 자녀들은 자신도 모르게 부모를 따라하게 된다. 아버지는 자신의 말과 행동 자체가 이미 교육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자녀가 성장해서 바로 잡기에는 이미 너무 늦다.

과거에 비해 아버지는 주변의 존재로 물러나 있게 된 것이 오늘날 가정이 처한 현실이다. 바쁜 일과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버지의 입장으로서는 교육적 역할 수행은 고사하고 우선은 아이들과 친숙해지기도 힘들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에게 어떤 훈계나 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아버지는 자녀 교육에서 어머니가 못 미치는 영역의 지도를 담당하는 것은 물론 자녀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1. 하루 일정시간을 자녀에게 투자

자신이 과연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녀와 함께 보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자녀와 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시간의 양도 중요하지만 사실 질이 더욱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이민 가정의 특성상 맞벌이 부부가 많기 때문에 아마 저녁식사할 때나 간신히 이야기를 한두 마디 나누기가 십상일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그 날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 이야기들을 하면서 그 느낌들을 공유하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어릴 때는 일단 자녀와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자녀가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느낀다면 탈선하지 않는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아버지를 위해서 자기가 할일은 없는지 오히려 생각하게 된다.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든, 같이 게임이나 운동을 하든 자녀와 대화의 창구를 갖는 것만큼 좋은 투자는 없다. 이렇게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은 자녀가 성장할수록 점차 줄어든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틴에이저와 대학생 시절을 거쳐 멀어지기 전에 같이 놀아주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 교육은 물론 화평한 가정을 이루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2. 학교 선생과 친밀한 관계 유지

아무리 바빠도 담임선생의 이름을 알고 친밀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설사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없는 모범생이라도 교사와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자녀는 없다. 아무리 모범생 같은 자녀라고 할지라도 자칫 잘못해서 예기치 못한 폭력사건이나 문제가 되는 일에 연루될 수도 있고 오해받는 행동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럴 때 아버지가 평소에 담임선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교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아버지가 아이의 교육에 적극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을 때만 학교를 방문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좋은 아버지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한다. 등교시간에 아이를 픽업하거나 교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좋다.

스포츠 이벤트 참여나 필드트립을 함께 떠나는 것도 좋다. 특히 한인의 경우 영어나 문화권의 차이로 다른 문화권의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하는 보이스카웃이나 걸스카웃의 캠프 활동 등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 데 자녀를 사랑한다면 이런 활동도 같이 하면서 자녀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독서습관은 아버지의 몫

집에 와서 TV부터 켜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자녀들과 스포츠 중계나 영화를 볼 수도 있으며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독서에 둔다. 어린 자녀가 책을 열심히 읽는 자녀가 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들은 안 보는 것 같아도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좋은 행동이든 나쁜 습관이든 보면서 닮아가고 쫓아서 하게 마련이다. 정말 무서운 것이 그래서 가정교육의 힘이다. 자녀가 아버지가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을 보았다면 실제로 이를 쫓아간다.

실제로 두 아들을 아이비리그에 합격시킨 한인 아버지의 경우 아예 초·중·고 시절 TV를 거실에서 몰아내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주변에는 책만 보이게 했더니 자녀들이 정말로 명문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자녀가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학습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 학습의 모든 것이 리딩이라고 보면 된다.

독서를 공부라고 생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여겨질 때까지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굳이 SAT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지 않더라도 이미 자녀는 학습에 있어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생인 경우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아이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준다.

아버지가 책을 읽어주는 아이는 숙제를 더 즐겁게 할 것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직접 읽을 책을 고르게 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자녀로 성장할 것이다.

4. 진로 지도는 아버지가 맡는다

자녀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버지의 직업을 쫓아가는 자녀들이 꽤 있다. 의사 집안에 의사들이 많고 목사 집안에 목사가 많은 경우들이 꽤 있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자녀에게 무언의 교육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자녀의 성향과 능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카운슬러 중의 카운슬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즉 교육세미나 등에 참석해 최신 입시정보를 얻기도 하고 현장에서 교육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녀의 진로를 직접 문의하고 확인한다.

외동딸을 명문미대에 진학시키고 독일 유수회사의 디자이너로 취업하기까지 옆에서 도운 크리스 임씨는 “자녀의 소질을 파악한 후 아내와 대화하면서 현실에 근거해서 구체적으로 진로 지도를 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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