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김은경 l 멀리서 보면 보인다

2015-10-16 (금) 12:00:00
크게 작게
하면 된다. 성공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다. 과연 그럴까? 나의 경우는 아니다라는 거다. 적어도 아닌 경우가 있다. 그것이 "노래"라는 영역이다. 어릴적 학교에서 합창단에 뽑힌 경우가 있다. 근데 문제는 연습할수록 목이 쉰다는 것에 있다. 배에서 나오는 소리로 해야 된다고 하는데... 목을 쓰는 것 같다. 당시 합창단에 뽑힌 건 애들이 워낙 적어서였다. 작은 학교였다.

학생의 80%가 뽑힌 것 같다. 근데 문제는 내가 앨토와 소프라노 사이에 있었다는 거다. 내가 선 자리는 반드시 소프라노인데 내 옆에 너무 정확한 큰음을 내는 앨토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흥분하면 앨토가 나왔었다. 그 옆의 소리에 이끌리어. 연습할수록 쉬어가는 목소리와 연습할수록 옆에 끌려가는 나의 소프라노를 잡느라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커가면서 합창단엔 자연스럽게 노래에 소질있는 사람만이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행복한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나는 사람들이 내가 노래를 잘하는 줄 알 때가 있다. 표정 때문이다. 나는 가끔 노래를 들으면 가사에 빠진다. 마치 내가 그 노래에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가사가 외워지는 건 물론이고 그 안의 내용에 흠뻑 빠져서 악보는 안보고 뮤지컬처럼 부르게 된다. 물론 목은 쉬어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때 감사하게도 지휘자는 말했다. 소리에 자신없는 분은 입모양만 자신있게 하세요. 소리는 내지 마시고. 근데 기가 막힌 건 표정을 듬뿍 넣어 소리 안나게 부르기에 멀리서 비디오라도 찍는다면 마치 성악가처럼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지휘했던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1%의 영감이 안 바쳐주는 것이 세상엔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한다. 노력할수록 안되는 것이 있더라.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참말로 있다.

그럴 땐 멀리서 보자. 멀리서 보면 보인다. 이 생의 모든 안쓰런 발버둥이 멀리서 보면 다 아름답고 소중한 때가 온다. 그게 인생 아닐까, 적어도 발버둥은 치었으니...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