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8월3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왼쪽)이 평양 공항에서 박명국 외무부상(오른쪽)의 전송을 받고 있다. (사진= AP/연합)
지난해에는 별 움직임 없어 빈손 외교 혹평
올 대표단에 박영수 외무성 정책국장 포함 눈길
공식일정에 훨씬 앞서 도착, 추측 난무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70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에 도착한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박명국 외무성 부상을 포함한 대표단원 3명과 함께 뉴욕 JFK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일행은 공항에서 지난 18일 이미 입국한 대표단 선발대원(외무성 문정철, 김주성)들과 주유엔 대표부(대사 자성남) 직원들, 미주한인 종북자들 등의 영접을 받고 미국 체류기간 중 안전보호를 담당한 미 국무부 ‘외교관보호실’(DSS)과 뉴욕시경(NYPD) 요원들의 엄호아래 곧바로 맨하탄 숙소로 이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표단의 숙소는 유엔본부에서 약 15분 보행거리에 위치한 맨하탄 미드타운 ‘밀레니엄 브로드웨이 호텔’(Millennium Broadway Hotel)로 확인됐다.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방미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다. 지난해에는 북한 당국이 15년 만에 대표단장을 “장관급”(Minister)으로 격상시킴에 따라 그의 행보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당시 그의 활동은 외교계와 국제 언론의 예상에 미치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방미 결과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리 외무상은 지난 해 유엔본부에서 예정됐던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예방 이외에 별다른 움직임 없이 뉴욕을 떠났다.
올해에는 그의 방미를 앞둔 지난 14일 북한 우주개발국장의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장거리 로켓 발사, 15일 북한 원자력연구원장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 시사 발언이 나와 총회 참석이 또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이 21일(평양시간) 조선 중앙통신을 통해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참석 출국” 소식을 선전함에 따라 지난해와는 달리 특정 임무를 부여해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 이번 유엔총회 대표단 실무요원들 중에 박영수 외무성 정책국장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지난해 대표단과 차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더욱이 리 외무상의 뉴욕도착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그의 유엔 공식일정보다 훨씬 앞서 이뤄져 이유가 여러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리 외무상의 올해 유엔총회 참석은 그가 뉴욕에 도착한 23일이 이슬람교 성일인 ‘이드알-아다’(Eid al-Adha)로 유엔 공휴일이기에 사실 24일부터 시작되지만 대외적으로 공개된 첫 공식 일정이 27일 오후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국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유엔본부에서 25일∼27일 열리는 ‘2015년 이후 개발의제 회의’에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22번째로 북한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이어 28일부터 내달 3일 진행되는 제70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는 1일 오후 13번째 기조연설자로 단상에 오를 계획이다.
리 외무상은 지난 해 기조연설에서 “유엔헌장에 명기되여있는 주권평등의 원칙은 곧 자주권존중의 원칙, 내정불간섭의 원칙”이라며 “유엔과 국제관계가 보다 민주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는 지난해에 조선반도정세가 일촉즉발의 전쟁접경에까지 치달았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평양 ‘점령’을 목표로 한 미국-남조선 합동군사 연습이 그 발단 이었다”고 강조해 한반도 평화안정 위협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전가했다.
이어 “안보리사회는 우주조약과 같은 국제법에 저촉되게 유엔성원국의 평화적인 위성발사를 금지시키는 결의를 채택할 권한이 없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활동을 제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역시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조선반도핵문제는 평화와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전에 한 유엔성원국의 자주권과 생존에 관한 문제”라며 “반세기이상에 걸치는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핵위협, 압살전략이 필연적으로 가져온 것이 바로 공화국의 핵보유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 억제력은 그 누구를 위협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 무엇과 바꾸어먹을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고 밝혀 안보리가 요구한 핵 프로그램 포기 이행 의무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
이외에도 국제사회가 제기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인권문제를 정치적 목적에 도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권 그 자체에 대한 가장 큰 유린이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권문제를 특정한 국가의 제도전복에 도용하려는 온갖 시도와 행위를 견결히 반대 한다”는 북한 당국의 기존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서는 남북통일에 대해 “연방제 공존 방식 실현”을 주장한 뒤 “군통수권을 미국에 통째로 맡긴 것으로 하여 자기 땅에 조선민족을 열백번도 멸살시킬 수 있는 각종 대량살상무기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는 남조선은 현실불가능하며 허황된 남의식의 민족통일방안을 들고 다니지 말아야한다”고 한국정부를 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올해 유엔총회에서도 북한의 주권을 재차 강조하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인권, 한반도 평화안보, 남북통일 등 문제에 대해 지난해와 같은 맥락의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리 외무상은 올해에도 반 총장과의 개별면담을 위한 예방을 요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yishin@koreatimes.com
■ 한반도 평화 방안 중점협의
뉴욕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한•미•일 3국의 외교장관들이 오는 29일 뉴욕에서 만나 북한의 전략적 도발 억지 방안 등을 협의한다. 한국 외교부는 2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간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오는 29일 유엔총회 계기에 뉴욕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8.25 남북합의 이후 남북관계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 억지 및 향후 대응방안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한 종조방안에 대해 중점 협의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이번 회담이 8월31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동 회담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양자 관계 및 한•미•일, 한•일•중 등 역내 소다자 협력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동북아 평화, 안정, 번영의 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로드맵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유용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제70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인 28일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번째)에 이어 7번째 기조연설자로 단상에 오를 예정이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조연설 일정은 29일로 잡혀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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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 기획취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