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이라는 불청객이 나이계산을 잘못했는지 늦게 칠십에 찾아왔다. 아니 아이로니칼 하게도 이번 발병은 내가 초청해 모신셈이다.
이 나이에 무슨 자세를 바로 잡고 근육에 살을 더 붙이겠다고 모처에서 나온 미용체조 DVD를 켜놓고 체조운동을 아내와 같이 하던 중, 하루는 잠이 덜 깨어서 그랬는지 운동후 갑자기 왼쪽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동고동락을 체험하라는 하나님의 뜻인지, 아내와 내가 동시에 오십견에 걸린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평생을 부부로서 함께 살면서 서로 공감하기 힘들었던 것중 하나가 병을 앓았을 때였다.
삼대는 아프다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 꾀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때 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같이 아픔을 느끼고 같이 동정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같이 편안해 지니 이심동체의 부부하나됨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냥 낳겠지 하며 한달 반을 지내다, 안되겠다 싶어 한방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해서 계속 받으며 많이 호전되고 있어 다행이고, 이 아픔과 치유과정을 통해 얻은 좋은 교훈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 병은 인과법칙에 의해, 아니면 무작위로 추출된 자를 불시에 방문하는 예고없이 찾아오는 불쾌한 손님 같은 것이다. 우리 부부같이 어리석게 원인 제공 해서 찾아오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항상 예방차원에서 건강유지에 조심하고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유없이, 예고없이 찾아온 손님 같이 나를 찾아 왔을때는 어차피 온 손님이라 치고 융숭한 대접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떠날 때까지 참고 지내며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꼭 기억해야 될 것은 정신과 치유에서 쓰는 ‘기차 지나가는 법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멀리 어디선가에서 출발해서 내앞에 와서 가장 큰 소리를 내고는 점점 멀리 살아지듯, 이 병마의 아픔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아픔이 최고조로 느껴질때, ‘아 지금이 클라이막스구나. 기차처럼 이 아픔도 금방 지나갈꺼야’ 라고 꾹 참고 이겨내면, 점차 회복이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치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 완치에 날이 온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마가복음 9장에 어려서부터 귀신들려 고생했던 아들의 치유과정에서 그 아버지가 예수님과의 대화내용이 나온다. “귀신이 저를 죽이려고 불과물에 자주 던졌나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실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주시옵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수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막9:22-23)
둘째, 무슨 병이든 발생할때는 순간적으로 나타나지만 완전치료는 즉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여러날을 통해 이루어 진다.
오십견의 경우 어깨를 이루는 여러 근육과 힘줄에 이상이 생겨 마치 어깨가 얼어버린 것처럼 굳어진 것으로 ‘동결견(Frozen Shoulder)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번 얼어붙은 근육을 하나하나 정상으로 돌이키는데,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이 넘는 운동을 하는데도 치유정도는 불과 몇인치씩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완치까지 얼마일지 모르는 기간을 참고 계속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완전히 치유함 받는 기쁨을 맞보는 기간으로 생각하면 신앙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