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살과 우울증

2015-09-15 (화) 이동현 /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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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며 살고 있다. 공룡처럼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사라진 동물들도 있고 같은 파충류지만 현재까지 살아 있는 뉴질랜드 큰 도마뱀 같은 동물도 있다.

이들 생명체들 각각의 개체는 모두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법칙에서 예외가 없고 태어나서 번성하고 병들고 늙어서 죽는 과정을 겪는 것은 필연이다.

이 중 생명을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접을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라 생각된다.


어느 특정한 인종이나 민족, 경제적 또는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여러 방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한 한국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높은 자살률을 보이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의사로서 살다 보면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주치의를 하게 되는 내과의사라는 특성상 수많은 환자들이 자살의 충동과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대하게 된다.

필자가 이전에 근무하던 서부 메릴랜드의 시골 마을에서도 많은 환자분들이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시도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에 몇 십 명의 환자들과 처리해야 할 많은 서류가 있는 바쁜 일정에도 그냥 항우울제만 처방하고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나의 노력과 지식으로 회복이 어려운 난치병 환자를 살리거나 고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인하여 삶의 동기를 상실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환자분을 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의사로서도 이러한 상황으로 환자를 잃는 것은 매우 슬프고 힘든 일이다.


따라서 필자는 우울증의 증세가 보이는 환자들에게 자살 계획이나 동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그런 환자분들에게는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자주 진료를 하여 적극적인 follow up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자살의 충동이 있을 때는 내원하거나 응급진료를 통해 정신과 팀들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자살의 동기는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 등 아주 다양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나 한 번쯤 그러한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리고 자살의 이면에는 우울증이라는 무서운 병이 있다.

심한 우울증의 경우 반드시 항우울제 투약을 통하여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약 효과가 없거나 부적용이 있을 경우 약을 바꿔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의 진료를 받는 것은 중요하고 가족 친지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수적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마음이 여리거나 착한 사람들이 많다. 사소한 것도 자기탓으로 돌리고 본인에 대한 이미지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부정적인 경우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마음에 짐을 내려 놓고 자기 자신에게 너그럽고 관대한 것이 필요하다죽을 용기가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도 있고 만약 현재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한 극단적 선택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고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고통으로 가는 길이라면 후회해도 늦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동현 내과 (213)739-8610

<이동현 /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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