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유일한 북한 에이전트로 미 법무부 등록
정기 제출해야 하는 활동.재정보고 일체 안해
역대 에이전트들 자진 철회와 달리 자격 박탈

미국 정부가 미국에서 북한 당국의 유일한 ‘외국에이전트’(Foreign Agent)로 등록된 미주한인 사업가 박일우(사진•66)씨의 합법적 활동 지위를 ‘박탈’(terminate)했다.

미 법무부 국가안보과(NSD) 방첩실 산하 ‘외국에이전트등록법’(FARA) 전담반은 4일 본보에 이 같이 확인하고 박씨에게 부여한 ‘외국에이전트’ 자격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no longer active)고 밝혔다. FARA 전담반은 또 박씨에 대한 등록취소 결정 사유를 “등기할 활동 없음”(no registrable activity)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박씨가 북한의 ‘에이전트’로 등록한 이후 법무부에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관련 활동내용과 수입지출 현황을 일체 보고하지 않은데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 정보•사법 당국의 방첩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1938년 제정된 FARA는 ‘외국세력’(정부•정당•개인•회사)의 ‘지시’(instruction)나 ‘조종’(control)을 받으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에서 정치, 로비, 홍보 등 특정 활동을 하는 개인, 또는 단체(회사)가 법무부에 ‘외국에이전트’로 등록하고 매 6개월 구체적인 활동 내용과 실적, 관련 수입•지출 재정내역을 정기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기록에 따르면 FARA 전담반은 2011년 12월2일 뉴욕에서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Korea Pyongyang Trading USA, Inc)를 운영하는 박씨가 제출한 ‘FARA 등록선언서’(NSD-1) 및 관련 서류들을 접수하고 등록번호 6078을 발부했다. 따라서 박씨는 미국에서 북한 당국의 유일한 합법적 ‘에이전트’가 됐다.

박씨는 등록당시 자신을 김광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부장의 ‘에이전트’로 신고하고 미국 내 활동을 위해 실제 접촉하는 북한 당국자를 리충복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부국장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의 활동에 대해 “(금강산) 관광 상품, 가이드와 홍보 개발을 위한 모든 분야에 관계할 것”과 “가격협상, 호텔 예약과 광고가 업무에 포함돼 있다”고 신고했다.

박씨는 특히 미국 내 자신의 활동 중 금강산 관광 선전물 준비 및 배포와 관련 사용할 언어를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로 정하고 이를 위해 ‘홍보대행사’, 또는 ‘홍보대리인’을 고용할 것과 라디오, TV, 잡지, 신문 광고 캠페인, 보도자료, 전단 및 그 이외 인쇄물, 전산통신(인터넷) 등을 선전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을 전했다.

그는 이외에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북한에서 물품을 미국에 수입하고 미국에서 물품을 북한에 수출하고 그 이외 제3국 물품들의 수출입 무역거래를 중계하는 사업”으로 소개한 뒤 북한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는데 있어 만일 출장 또는 부재로 회사를 비울 경우 마케팅판매담당직원인 사이몬 배(한국명 배태섭•70)가 관련 전화, 팩스, 전자우편 및 그 이외 통신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며 배씨를 활동 지원자로 등록했다.

실제로 박씨의 FARA 등록은 앞서 2011년 7월25일 평양에서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이 “금강산 국제 관광사업을 공동으로 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량해문”을 체결함에 따른 것으로 계약이행에 필수적인 조치였다.
계약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이 자체 사업 활성화의 일원으로 2012년 12월31일까지 박씨의 뉴욕 회사를 금강산국제관광을 위한 선전, 투자유치, 관광객 모집 등 미주지역(미국, 캐나다)에서의 “주요협력대방”으로 정하고 “쌍방은 금강산지구의 관광자원을 적극 개발하여 특구지역을 다목적, 다기능복합형 관광휴양지로 발전시키며 관광을 통한 수익성을 최대로 높이는 방향에서 투자를 실현시켜 나가도록한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그 후 같은 해 8월23일 평양에서 양측의 공동사업 계약 유효기간을 2016년 12월30일까지로 연장하고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의 활동지역 범위를 “미주지역 이외의 기타지역과의 사업련계를 가질 수 있도록” 확대하는 한편 “(북한) 특구내에 있는 부동산 및 관광시설들에 대한 매입 협상(권)”을 추가한 내용의 “량해문 제1부록”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2일 미 법무부에 북한의 ‘에이전트’로 등록했다.
하지만 미 법무부 기록에 따르면 박씨는 ‘에이전트’ 등록 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활동 및 재정 보고서를 단 한 차례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자신이 2004년 3월 설립한 뉴욕 회사가 뉴욕주 정부에 의해 2012년 7월 ‘해산’(dissolved)됨에 따라 사실상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과 체결한 계약이 법적효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미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FARA 전담반이 지난 4년이 넘도록 ‘외국에이전트’로서 주어진 각종 보고 의무를 지켜오지 않은 박씨의 등록을 돌연 취소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A에 따라 과거에 미주한인과 영국 회사가 각각 북한의 ‘에이전트’로 등록한 뒤 합법적 활동 지위가 취소된 2건(개인과 회사) 사례가 모두 법무부의 조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등록자 자신들이 ‘등록변경서’를 제출해 ‘외국에이전트’ 자격을 자진 철회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영주권자인 박씨는 한국태생으로 198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주한 뒤 뉴욕에서 평양을 수시로 방문하며 북한 여성의류와 평양소주의 미국 수출 사업을 성사시킨바 있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 미 법무부 등록 역대 북한 에이전트는?
2003년 주남훈씨 등 2건, 수 년후 자진철회

미국 내 대표적 종북단체로 알려진 ‘재미동포전국연합회’(회장 윤길상)의 워싱턴 D.C. 지부장 주남훈(메릴랜드 거주)씨는 2003년 11월31일 미 법무부에 최초의 북한 ‘에이전트’로 등록(번호 5590)했다.

주씨는 “해외동포들이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을 찾는 일을 돕기로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와 구두협약을 맺었다”며 “가족상봉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한국인들(미주한인들)이 ‘커미션’을 지불 한다”고 신고했다.

주씨는 또 자신이 이를 위해 북한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는데 있어 질제 접촉하는 북한 당국자를 김배화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 (참사)로 보고했다. 주씨는 그러나 2006년 6월22일 법무부에 ‘등록변경서’를 제출해 “본인은 2003년 12월1일 등록 이후 북한을 대표해 어떠한 활동도 일체 한 적이 없다”며 ‘에이전트’ 자격을 자진철회 했다.

이외에 영국 뉴캐슬에 본부를 둔 ‘유라시아산업개발연구소’(Institute for Business Development in Euro Asia Limited)는 2004년 9월21일 법무부로부터 등록번호 5645를 발부받아 미국의 2번째 북한 ‘에이전트’가 됐다.

주영국 북한대사관의 리시홍 공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북한 당국의 ‘에이전트’로 활동할 계획을 신고한 이 연구소는 “런던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통해 ‘북한정부’에 영국, 캐나다와 그 이외 국가들에서 국제합작회사나 다른 공동사업 창업을 촉진하는 자문, 교육과 개발지원을 제공키로 했다”며 “그 대가로 영국 HSBC 은행의 회사계좌를 통해 (북한당국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