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적은 목표에 우선한다

2015-09-08 (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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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6월6일 미군을 주축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노르망디 해변으로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공격을 예상한 히틀러는 롬멜을 독일군 사령관에 임명하고 80킬로미터에 이르는 노르망디 해안선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해변에는 연합군 상륙정 접근을 지연시키고 전차작전을 방해할 목적으로 거대한 콘크리트 장애물 설치와 대규모 지뢰도 매설해 놓았다.

D day 함포 발사를 신호로 사상 최대의 군사작전이 전개됐으며 2개의 미군 공수사단과 영국과 캐나다 병력 2만4,000명이 적진에 투하됐다. 그들의 임무는 독일군 이동을 방해하기 위한 교량폭파와 아군 상륙에 큰 장애인 중화기 부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먹구름과 강한 바람으로 공수부대원 대부분이 목표지점 낙하에 실패했으며 늪지대에 떨어져 희생된 대원들도 많았다.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공수작전의 실패로 은폐물도 없는 백사장에 상륙하는 보병의 대규모 희생은 피할 수 없었다.


5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상륙지역에서 가장 희생이 많았던 곳은 미군 1사단과 29사단의 작전구역인 오마하 해안이었다. 절벽으로 이뤄진 이 지역은 독일군에게는 천연의 요새였지만 미군 병사들에겐 말 그대로 죽음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첫 날 독일군 피해의 10배가 넘는 1만여명의 연합군 사상자 대부분이 오마하 해변에서 발생했다. 전투 중 소대장 사망을 무전으로 보고하면 남아 있던 선임병사가 즉석에서 지휘관으로 임명되던 영화의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희생으로 성공한 상륙작전은 프랑스를 해방시키고 나치의 항복을 이끌어낸 계기가 됐음은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어떤 국가도 전투를 목표로 전쟁을 시작한 경우는 없었다. 일본이 하와이를 공격한 것도 애초 전쟁으로 영토를 점령하겠다는 목적은 아니었다.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진주만 공격을 목표로 한 것뿐이다. 즉 전쟁은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며 공격 목표는 목적을 달성키 위한 전술적 수단인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목적과 목표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동의어 정도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objective와 goal은 엄연히 뜻이 다른 단어이다.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에게 전략과 전술의 개념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새로운 사업의 영역에 진출하거나 기존의 사업 확장을 계획하는 게 전략이라면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 수립과 달성 계획이 전술이다. 기업의 관점에서 다른 사업 영역에 진입하거나 자사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공세적 행동은 전쟁을 수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처음 기획하는 단계부터 프로젝트의 분명한 목적을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 상품 개발과 마케팅 기대 수익 등 모든 목표는 철저하게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손해를 보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많은 실패 원인이 확장을 위한 공세적 과정에서 발생됨은 반듯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경우 확고한 목적보다는 어떻게 되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졌거나 지나친 자신감으로 목표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처음 목적한 방향을 잃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독일군은 개전 초기 전략적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었지만 전술 목표에 집착한 결과 소련까지 침공해 막대한 전력 손실을 입었다. 부족한 병력과 물자로 독일군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결과 노르망디 방어에 실패함으로 패망했음은 목적이 목표보다 중요함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돈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경영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가졌던 사업의 목적은 어느새 매월 달성해야 하는 목표에 묻혀 전투적 긴장감으로 매일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금만 더... 언제까지만... 스스로 위로하면서 미루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신이 지향하는 삶이 목적이라면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의 사업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업을 왜 시작했었는지 본래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자.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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