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업 입사지원서 제출 힘들고
▶ 가족관계 증명서 등 정부발급 서류 신청 어려워
사례1. 맨하탄에 거주하는 20대 구직자 박모씨는 9월 한국 대기업 공개채용 시즌을 맞아 인터넷 입사 지원서를 넣기 위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박씨가 입사 지원서를 넣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 절차가 필요했던 것.
이씨는 “채용원서를 지원하기 위해 아이핀(I-PIN) 발급을 신청했는데 한국 휴대전화 번호나 공인증서가 있어야 발급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계속 나왔다”며 “5일간 씨름하다 결국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입사 지원서를 대신 접수했다”고 황당해 했다.
사례2
한국 지상파 방송국 인터넷 웹사이트에 다시 보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려던 뉴저지 포트리 거주 한인 김모(40)씨도 컴퓨터 앞에서 3시간 이상 씨름하다 포기했다. 회원 가입을 위해서는 아이핀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김씨가 아이핀을 받기 위해서 본인 인증 절차인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씨는 미국에서 거주한지 10년이 되어 공인인증서를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다음 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해 회원 가입을 대신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주민번호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개인 식별번호인 아이핀이 해외 한국 내 거주자만을 위한 서비스일 뿐 해외 한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분도용 사건을 방지한다는 목적 하에 한국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했지만 정작 뉴욕을 비롯한 해외 거주 한인들은 이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본보 조사 결과 아이핀이 없으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대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거나 심지어 가족관계증명서 인터넷발급 조차 불가능하다.
그 외에도 기본적인 방송국 사이트의 가입이나, 포털 사이트의 이용 등도 아이핀이 없으면 본인 인증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일부 웹사이트가 ‘외국인 가입’이라는 대체 수단을 제공하지만, 외국인이 아닌 한국 국적의 한인들이 이용하기엔 웬지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미국이나 국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아이핀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 수단으로 ▲본인 명의의 한국 휴대전화 ▲공인 인증서 ▲대면확인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고 있다. 결국 한국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한 한인이나, 한국과의 은행거래가 없어 공인 인증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한인들, 여기에다 한국에 있는 신용평가기관의 직원과 대면하는 게 불가능한 한인들에게 아이핀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어렵게 입사 지원서를 접수한 박씨는 "아이핀이 안 돼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군 복무까지 마쳤는데 한국 휴대폰 하나 없고, 공인 인증서가 없다고 아이핀 이용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한 컴퓨터 보안 전문가는 “아이핀 등 한국 온라인 공공서비스를 이용한 한인들의 경험담을 살펴보면 재외국민들이 한국 인터넷 환경 자체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해외에 거주하는 내국인을 위한 다른 본인 인증 절차 같은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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