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오찬 행사가 열리는 장소인 맨하탄 중국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천지훈 기자>
25~27일‘2015년 이후 개발 의제’ 회의 참석
10월2일 ‘제70차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등록
‘인권결의안’상정 대비 제네바서 인권특사 2명 합류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북한은 이달 말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되는 제70차 유엔총회에 당국 대표로 리수용 외무상을 파견한다.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참석은 북한이 지난 해 15년 만에 대표단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뉴욕에 보낸데 이어 올해 연속 2년째이다.
유엔 사무국에 따르면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이번 유엔 총회와 앞서 역시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2015 이후 개발 의제 채택을 위한 유엔 정상 총회’(Plenary Meetings of the United Nations Summit for the Adoption fo the Post-2015 Development Agenda)에 리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의 참석을 공식 신청했다.
리 외무상은 오는 25∼27일로 예정된 ‘2015년 이후 개발 의제’ 회의에 참석해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3시∼6시) 미국,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 이어 22번째로 단상에 올라 북한 당국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9월28일∼10월3일 열리는 ‘유엔 총회- 제70차 일반토의’(General Assembly-Seventieth Session General Debate)에는 내달 2일 오후 6번째 기조연설자로 등록 돼있다.
유엔에 신청된 북한의 유엔 총회 대표단은 리 외무상을 포함해 총 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 대표단 이외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특사 대표단 2명이 뉴욕에서 합류한다. 단 총회 대표단에는 최근 말레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리 외무상의 대변인으로 나섰던 리동일(외무성 국제기구 부국장) 전 유엔 차석대사가 포함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리 차석대사는 유엔 대표부 근무 당시 매번 북한 당국의 입장을 ‘준비 발표문’ 없이 유창한 영어로 즉석 발언해 현지 외교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북한 대표부가 유엔에 진출한 이후 뉴욕 본부에서 자청한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모두발표’ 이후 ‘질의응답’ 순서를 실제로 ‘질문 대 답변’ 형식으로 충실하게 대응한 유일한 직원으로 남아있어 이번 유엔총회 방문이 기대됐다.
이를 떠나 북한 당국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대표단에 스위스 제네바 직원들을 또 다시 합류시킨 이유는 올해 총회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주도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될 것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리흥식 (북한)인권특사가 보좌관과 함께 뉴욕에 오는 이유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될 때 마다 대사 자격으로 반대 발언권을 얻어 “우리 체제 전복을 위한 (특정 회원국들의) 정치적 모략으로 전면 거부 한다”는 당국 입장을 강조해왔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오는 9∼10월 제네바에서 여는 제30차 인권이사회의 공식 일정 중 21일 ‘북한 인권 패널 토론회’가 예정돼 있어 회의 직후 뉴욕에 온 뒤 주변 우호국들을 상대로 외교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떠나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올해 총회에 파견된 리 외무상이 유엔 공식 일정에 예상보다 훨씬 앞서 뉴욕에 도착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난 해 총회 참석 결과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질타 만회를 위해 “활발한 양자 접촉, 뜨는 미 민간 비영리 단체의 ‘투 트랙’(2-track) 행사 참석을 위해서”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이는 모두 확인되지 않는 ‘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리 외무상이 지난 해 뉴욕에서 미국•한국•일본 외무장관들이 주도한 ‘북한인권토론회 참석을 희망했으나 불허됐고 그 이외 공식 활동으로는 유엔 기조연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마련한 각국 대표 초청 오찬 행사 참가 및 개별면담에 그쳤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양자접촉은 이르비카 다식 세르바아 외무장관과의 회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유엔 밖에서는 미주한인 종북 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회장 윤길상)가 유엔본부 인근 중국식당에서 마련한 오찬행사에 참석했으며 같은 날 저녁 이 단체의 문화예술분과위원장인 리준무씨가 뉴욕 링컨센터 인근 공연장에서 연출한 ‘특별 콘서트’를 참관했다.
리 외무상의 북한 대표단의 올해 숙소는 지난 해 와는 달리 유엔본부 인근 호텔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올해 유엔 총회와 ‘2015 이후 개발 회의’에 북핵 문제 해결 대화 당사(한국, 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6개국 중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 국가정상•수반들과 나란히 참석해 활동할 예정이다. yishin@koreatimes.com
■기자의 눈/ 북한의 ‘유감’과 일본의 ‘유감’
우리 옛말에 ‘같은 말도 누가 하는가에 다르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실제로 그런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니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있다”는 서구 속담을 인정한다.
한국(6.25) 전쟁의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로 정해진 땅에서 최근 대한민국 국군들이 부상을 당했다. 지역 안보를 책임진 유엔군 사령부와 한국 국방부의 조사결과 사건은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발생했다.
대응 조치로 한국은 확성기를 틀어 ‘대북선전방송’을 쏘아댔다. 이는 군, 또는 정보사회에서 얘기하는 ‘신경전’(PsyOp: Psychological Operation)으로 적군과 적국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동요하는 비 무력 공격작전이다.
냉전시대 적극 활용된 전술로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공개•비공개 심리, 과학, 군사적 분석이 있지만 지금도 전선에서 사용된다는 그 자체가 효율성을 입증한다. 북한이 이에 공개 무력 도발인 포격으로 대응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민감한 반응은 군사적 조치를 떠나 외교적으로도 전개됐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달 18일 안전보장이사회에 “한반도가 미국과 한국의 도발로 인해 전쟁 발발 위기 직전에 처해있다”며 고발했다. 또 21일에는 안명훈 차석대사를 내세워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핵무기를 포함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를 위협했다. 행동 개시 시점인 ‘마감일’(deadline)까지 강조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18일과 21일 연속 안보리의장에게 공식 서신을 보내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한국과 북한 관리들은 판문점에서 “긴급협상”을 벌여 북한이 선포한 ‘마감일’에 대한 한반도 안전상황 문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양측은 ‘공동 보도문’(Joint Press Statement)을 내놓았다,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해 보고서를 내놓아 세계에 북한 인권문제를 폭로했다.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보고서 발표 이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인들의 관심은 모았지만 한국인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유감’(regret)을 표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의 ‘유감’은 자신의 무슨 ‘잘못’(fault), 또는 ‘실수’(mistake)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안타깝다’(frustrate) 또는 ‘아프다’(pain)는 의미다.
최근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 나온 ‘공동 보도문’에서도 이 ‘유감’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군인들이 부상을 당한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선전했다. 까놓고 발표 그대로는 ‘북한은 남한 군인들이 다친데 대해 안쓰럽다고 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