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타고 떠도는 온라인 괴담
2015-08-29 (토)
▶ 카톡 등 통해 무차별 확산
▶ 검증되지 않은 루머... 한인사회 불안감 조성
최근 퀸즈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는 어머니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을 모두 꺼두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황당해했다. 알고 보니 한인들 사이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엄청난 전자파를 지닌 혜성이 지구에 접근하고 있어 밤 12시30분부터 3시까지 셀폰과 모든 전자제품을 꺼두지 않으면 인체에 큰 전자파 피해를 입는다’는 내용이 일제히 돌았던 것이다.
김씨는 “어머니가 친구로부터 이 메시지를 받았다며 긴급한 상황이니 알아두라고 하셨다"며 "처음에는 얼토당토않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괜히 불안한 마음에 실제 스마트폰을 꺼두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며칠 있다가 친구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받았다는 그는 “누가 이런 내용을 만들어 배포하는지 모르지만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결국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한국에서는 최근 가족 내 성폭행과 집단 간음 등 내용을 담은 이른바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이 온라인에서 큰 파장을 몰고 왔으나 결국 거짓으로 밝혀지기도 하는 등 온라인 상에 떠도는 검증 안 된 루머 수준의 이야기나 정보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그럴듯한 실제 소식인 것처럼 화제를 모으다가 결국은 허위 사실로 드러나 관련 당사자들에게 상처와 피해만 남기는 ‘온라인 괴담’이 한인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한인사회를 비롯한 LA 전역에서는 SNS를 통해 사우스 LA 지역 갱단들이 100일 동안 100명을 살해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아 한인들이 한동안 불안에 떨었다. 특히 일부는 한인 경관의 말을 인용해 ‘한인타운 웨스턴과 놀만디 길을 피해다녀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기도 했다.
이같은 괴담과 악성루머가 뉴욕을 비롯 미주 한인사회에서 나도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익명성과 파급력이 점차 강해지면서 악성 루머와 괴담 세력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실에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타인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괴담이나 악성 루머를 무차별적으로 유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불만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 쉽다는 결과가 나왔다. 형사법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괴담이나 악성 루머로 피해를 볼 경우 최초 유포자에게 형사나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악성 루머로 회사나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을 경우 피해정도를 금액으로 환산해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정치인 및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괴담이나 악성루머의 경우 치안당국이 수사에 나서 용의자 검거 후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만 명예훼손과 같은 민사사건의 경우 피해를 모두 금액으로 변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영•김철수 기사>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