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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생방송 중 기자 2명 총격 피살

2015-08-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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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지역방송사 발칵

▶ 용의자는 해고된 동료 기자...증오범죄 후 도주중 자살

“조승희에 영향”, “동성애자”
총격 2시간 후 방송사에 팩스
총격동영상 트위터에 올리기도

26일 버지니아에서 2명의 TV 방송기자가 아침 생방송 도중 해고당한 전직 동료기자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져 미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 직장내 인종차별과 성희롱추행 등에 대한 불만에 따른 증오범죄로 보인다.


■방송 인터뷰중 기자 2명 즉사= 버지니아 베드포드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5분쯤 이 지역 방송사 WDBJ의 앨리슨 파커(24) 기자와 카메라기자 애덤 워드(27)가 인터뷰 현장에서 피살됐다.

당시 이들은 프랭클린 카운티의 한 복합 휴양시설에서 개발 문제에 대해 지역 상공회의소 대표인 비키 가드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순간 6∼7발의 총성이 잇따랐으며 파커 기자가 쓰러지는 모습이 방영된 직후 카메라도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파커와 워드는 현장에서 즉사했다.인터뷰에 응하고 있던 가드너 역시 총상을 입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카메라 기자인 워드의 애인인 멜리사 오트가 총격 당시 방송 조종실에서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용의자는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권총을 들고 피살당한 2명의 방송기자에게 접근해 권총을 겨누는 영상을 올려놓아 충격을 주고 있다.

■용의자는 전직 같은 방송사 동료기자…도주중 자살=용의자는 41세의 이 방송사 전직 기자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로 밝혀졌다.

기자시절 브라이스 윌리엄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플래내건은 방송사에 입사한지 11개월 만인 2013년 2월 "분열적 행동"으로 해고당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5시간 여만인 오전 11시30분쯤 고속도로 66번의 동쪽 방향으로 도주하는 용의차량을 발견, 정지를 명령했으나 이 차량은 더욱 속도를 내 질주하다 도로를 이탈해 사고를 일으키고 멈췄다. 이어 경찰이 차량 안에서 총상을 입은 플래내건을 발견했다.


플래내건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오후 1시26분께 사망했다.

■범인, 조승희의 버지니아텍 난사사건에 영향=총격을 가한 뒤 자살한 베스터 리 플래내건은 이번 일이 지난 6월 발생한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과 2007년 한인 학생 조승희가 저지른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을 보고 결심했다고 범행 동기를 알렸다.

플래내건은 범행 직후 2시간쯤 지난 뒤 이 같은 범행 동기가 담긴 장문의 이른 바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자살 노트’를 ABC 방송에 팩시밀리로 보냈다.

자살 노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WDBJ 방송사에서 쓴 ‘브라이스 윌리엄스’라고도 밝힌 플래내건은 첫 번째 범행 동기로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가 흑인교회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진사건을 들었다.

흑인인 플래내건은 "나를 이 끝까지 오게 한 것은 찰스턴 교회 총격사건"이라면서 "내 총알에 희생자(앨리슨 파커와 애덤 워드 기자) 이름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딜런 루프, 너 이 XXX야, 네가 인종전쟁을 원한다고 했는데 한번 해 봐라. 이 백인 XXX야"라며 백인에 대한 증오감을 드러냈다.

또 플래내건은 2007년 32명이 희생된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나는 또한 조승희한테도 영향을 받았다"면서 "조승희는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때)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가 죽인 것보다 거의 2배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적었다.

자살노트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언급과 함께 직장 내 인종차별과 성희롱추행 등에 대한 불만도 거론돼 있다.<천지훈 기자>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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