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서 더욱 소외감 느끼게해
아시아계 정치인들 잇단 논평
미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들이 아시안 관련 반이민정책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대권 도전자 가운데 출생 시민권 제도에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는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특히 멕시코 국경에 만리장성과 같은 장벽을 쌓아 불법 이주민을 막고 미등록 이주민을 모두 본국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기를 낳는 미등록 이주민 가운데 아시아인이 36%로 가장 많으며 중남미인이 31%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후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한술 더 떠 아시안들을 겨냥한 원정출산 비판 발언을 해 미국내 아시안들의 공분을 사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는 24일 텍사스 주의 멕시코 국경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최근에 내가 말한 ‘앵커 베이비’(anchor baby)는 조직적인 사기를 지적한 것"이라며 "출생 시민권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이 중남미인들보다 이와 더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앵커 베이비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시민권을 얻은 아기를 뜻하며 바다에 닻(anchor)을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가치 평가를 담은 용어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미국 원정출산과 연결되는 말이기도 하며 특히 중남미에서 건너온 미등록 이민자 계층을 전체적으로 비방하는 말로 사용된다.
NBC 방송은 25일 아시아인들의 미국 원정 출산을 비판한 부시 전 주지사의 이 발언이 가뜩이나 대선 선거판에서 미미한 존재인 아시아인들에게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NBC 방송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의 발언에 분노한 아시안들의 글이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화난 아시아인’이라는 이는 "미국의 대선 주자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어떻게 희생양으로 삼는지를 보여준다"며 부시 전 주지사에게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인 이민자를 어머니로 뒀다는 올해 15세의 청년 제이슨 펑은 트위터에 ‘나의 아시안 아메리칸 스토리’라는 해시 태그를 붙여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하여금 가족과 아시안 공동체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많은 인권운동가와 미국 정계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정치인도 부시 전 주지사의 비판과 거듭된 ‘앵커 베이비’라는 표현 사용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트위터에 썼다. 아시안이 밀집한 캘리포니아주의 마이크 혼다(민주) 연방 하원의원은 25일 논평을 내고 "부시 후보의 발언은 모든 이민자들에 대한 모욕이며 우리의 문화에서 설 땅이 없는 주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상 첫 중국계 하원의원인 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의원도 논평을 내고 "부시 후보의 발언은 이민자들을 고립화시키려는 ‘외국인 공포증’을 보여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