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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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경계하라

2015-08-24 (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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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시작한지 5년쯤 되던 해 어느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짬을 내 자동차로 이동 중이었다. 초창기라 여전히 난제들이 산적해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도 넘쳤던 시기다.

동행하던 직원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께 한 가지 충언을 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의 실력과 잠재력은 지금 추진 중인 큰 꿈을 이루기에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앞으로 회사가 발전하면 각종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과 강연 등 외부 행사에 많은 초청을 받을 겁니다. 이럴 때 자신을 더욱 조심하고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과다한 외부활동은 사업에 집중력을 잃게 하고 조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전 회사에 근무할 때 여러 협력회사들과 거래하면서 실패하는 회사의 특징을 관찰해 본 적 있습니다. 망해 가는 회사를 방문해 보면 기업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조직과 높은 직급의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사무실은 화려하고 외부활동으로 받은 각종 상패와 유명 인사들과 찍은 사진들로 벽을 장식하고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기술 개발이나 핵심 역량을 개선해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인맥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큰 것도 실패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외부활동 중 발생한 부적절한 관계로 오너의 사생활이 문란해지면 망하지 않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여성 경영인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한때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부실해진 원인이 방송 출연과 강연 등 자신의 외부활동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시작됐다는 반성의 내용도 있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가사생활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성공한 이력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었다. 각종 매체들은 앞 다퉈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고 이 여성 사업가는 방송 출연과 강연 등으로 바쁜 날들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유사제품을 만드는 경쟁사 난립으로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제품들을 개발했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급기야 매출이 급감하더니 잘 나가던 회사가 적자로 돌아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사를 물색했지만 결렬됐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욕구는 자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인의 지나친 외부활동이나 과도한 언론 노출은 자기 자랑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 관점에선 부정적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경영자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요즘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자신의 실수나 사람들의 오해로 부정적 소문이 확산되면 순식간에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황토팩 제품을 출시해 성공했다고 알려진 연예인 사업가가 잠간의 부정적 소문으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던 경우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경쟁력보다 CEO 인지도 비중이 높은 회사는 투자자나 은행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함도 이러한 연유 때문일 것 이다.

사회적 관계 유지가 주요한 업무 중 하나인 경영자가 아무런 외부활동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업무와 관련한 새로운 지식도 습득해야 하고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지나친 외부활동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었다 살아난 정치인의 첫 마디는 나 출마할 거야 이고 연예인은 컴백 할래 라고 한단다. 우스갯소리이지만 대중의 인기와 갈채가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를 꼬집는 말이다.

기업인은 정치인도 아니고 연예인은 더욱 아니다. 고객의 사랑으로 존재하고 성장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방법론에선 정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 무엇보다 자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 과시 하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공자의 말씀을 새겨보자.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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